Abstract

본고는 고전소설 속 바다에 대한 체험과 인식이 근대전환기라는 시대적 현실 속에서 어떻게 변모하는지, 그 의미는 무엇인지를 구명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 우선 고전소설에 나타난 바다의 형상을 몇 가지로 나누어 보았다. 기본적으로 고전소설의 바다는 구체적인 생활의 현장으로 그려지기보다는 상상 속에서 그 형상이 주조되어 왔다. 이에 따라 바다는 고난의 공간, 환상과 신비의 공간, 대안적 공간으로 묘사되었으며, <최척전>과 같은 작품은 보다 구체적인 체험의 결과물로 바다를 그려내고 있었다. 공통적으로 바다는 이곳과 저곳을 분리하는 격절의 공간이거나, 저곳으로 가기 위한 통로 정도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고전소설 속에서 바다를 넘어서 새로운 세계를 열거나, 바다 속에 환상의 공간이 있다는 소설의 설정은 주목할 만한 바다. 그것은 현실세계의 모순이나 질곡을 역설적으로 드러내며, 해결을 위한 한 방법을 제시해주기 때문이다. 근대전환기 소설에는 바다에 대한 다른 인식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여영웅>은 영웅소설의 형식을 차용하되, 주인공의 행동반경을 먼 바다로 넓혔다. <서해풍파>의 바다는 이동의 통로가 아니라, 그 자체로 탐험과 탐색의 대상이 되었다. <허생전>의 바다는 문명 세계 건설에의 꿈이 투영되어 있다. 이제 바다는 더 이상 이 세계와 저 세계 사이에 놓인 격절의 장벽이 아니라는 점에서 고전소설의 그것과는 변별된다. 오히려 바다를 통해 세계는 종횡으로 연결되고, 등장인물의 운동 영역이 확장되고 있으며, 그 운동성이 강화된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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