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본고에서는 이항대립적 원리를 적용하여 김남조 시의 공간구조와 그 의미작용을 분석하고 있다. 그 시적 대상은 나무의 기호체계이다. 먼저, 김남조는 겨울나무의 기호체계를 통해서 현재에 부재하는 과거의 소중한 모든 삶을 복원시키려고 한다. 이때 겨울은 겨울나무에게 생명을 죽이는 금속성의 기호로 작용한다. 이에 따라 겨울나무는 금속성과 대립하는 식물성의 기호로 나타난다. 김남조는 이러한 대립을 극복하고 생명의 봄을 맞기 위해 돌과 같은 의지적인 겨울나무의 기호체계를 생성해내고 있다. BR 다음으로, 김남조가 구조화한 것은 봄나무의 기호체계이다. 그 봄나무는 사라지는 겨울과 다가오는 봄 사이, 곧 경계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이때 겨울은 냉기로써 응축의 작용을 하고, 봄은 열기로써 확산의 작용을 한다. 그런데 냉기와 열기의 대립은 신이 내려준 천상적 기호인 햇빛에 의해 해체되고 만다. 그러면서 봄나무의 기호체계는 천지인의 시공간을 융합하는 생명의 구조를 갖게 된다. 따라서 심층적으로 보면, 나무의 기호체계는 햇빛의 원리, 곧 신적인 원리를 드러내주는 의미구조가 된다.BR 마지막으로, 그는 가을과 겨울의 경계 지점에 존재하는 가을나무의 기호체계를 구조화한다. 여기서 가을은 가을나무의 생명력을 확산시켜주는 상승의 시간으로 작용하고, 겨울은 그런 생명력을 추락시키는 하강의 시간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김남조는 이렇게 모순을 일으키는 자연적 원리를 거부하지 않고 이에 순응하는 가을나무의 기호체계를 창조해낸다. 그러자 역설적으로 가을나무는 모순적 의미를 융합하는 새로운 나무로 전환된다. 나무의 기호체계도 추락과 대립되는 상승 지향의 구조로 나타난다. 이처럼 김남조는 겨울나무의 기호체계를 통해서 죽음에서 생명을 보고 있으며, 봄나무의 기호체계를 통해서는 생명의 신(神)을 만나고 있다. 그리고 가을나무의 기호체계를 통해서는 삶과 죽음의 의미를 융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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