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준법장치(compliance program)는 기업범죄에 대응하는 여러 수단 중의 하나이다. 한국에서도 2000년대 이래 준법감시인, 준법지원인 등의 이름으로 준법장치가 법제도로 들어왔다. 최근 한국의 여러 학자들은 대체로, 미국의 연방양형지침을 인용하면서, 이를 더욱 활성화시키고 정착시키기 위해서 준법장치의 존재여부를 기업에 대한 형사처벌에서 양형에 반영하자고 주장한다. 본고는 이 주장이 타당한지를 검토한다. 이에 대한 대답을 얻기 위해 본고는 미국 연방양형지침의 전개과정을 살펴보았다. 미국에서 1991년에 도입된 연방 양형지침은 미국에서 준법장치의 통일과 확장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그런데 이 지침에 등장하는 준법장치는 2004년을 기점으로 질적인 변화를 겪었다. 즉, 종전의 준법장치가 법률주의적 접근이었다고 한다면, 2004년 이후는 기업문화적 접근이었다. 이런 전환의 배후에는 2000년대 초반의 대규모 기업비리 사건들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준법장치에 대한 많은 학술적 연구성과가 놓여 있었다. 이들 연구 결과물은 법률주의적 준법장치는 효과가 없으며 심지어 조직내 범죄를 조장할 수 있다는 것, 준법장치의 효과적 작동을 위해서는 문화적 접근을 해야 한다는 것, 준법장치는 친기업적이라기보다 친사회적(pro-social) 제도라는 것, 준법장치는 철저할수록 반드시 더 좋다고 할 수 없다는 것, 그럼에도 준법장치는 필요하며 특히 적어도 최악의 범죄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 등을 보여준다. 이상의 논의에 따를 때, 준법장치의 존재여부를 양형에 반영하자는 것은 신중하게 주장되고 이해되어야 한다. 양형에 반영되는 준법장치는 문화적 접근에 근거한 것이어야 하며, 이 경우에도 신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 본고는 이런 점을 고려하여, 중대한 기업범죄에서 준법장치의 부재를 양형상의 가중요인으로서 고려하고, 중대하지 않은 기업범죄에서 준법장치의 존재를 양형상 감경요인으로 고려하는 방안을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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