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라이프니츠는 회의주의를 물리칠 수 있다고 확신하였다. 그가 제시한 해결책은 회의주의를 논박하는 데 있어 대표적이고 매우 전형적인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그는 모순율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이성의 진리이기 때문에, 어떤 회의주의자라도 이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여겼다. 섹스투스 엠피리쿠스의 저작을 살펴보면, 섹스투스 엠피리쿠스조차 모순적인 주장을 받아들이는 것을 불가능한 일을 시도하는 것으로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BR 그러나 라이프니츠는 정말 승리를 거둔 것일까? 내 생각에는 그렇지 않다. 섹스투스 엠피리쿠스에게 진짜 자기 입장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모든 것에 대해 긍정하지도 않고 부정하지도 않는다. 다만 독단적 주장에 대해 독단적 주장을 맞서 세움으로써 모든 독단주의를 쓸어버리려고 할 뿐이다. 섹스투스 엠피리쿠스는 라이프니츠를 물리치기 위해 분명 헤겔을 끌어들일 것이다. 모순율에 대해 모순을 대립시킴으로써 양자를 효과적으로 패퇴시키려는 회의적 전략을 그는 구사하고자 하는 것이다.BR 그렇다면 섹스투스 엠피리쿠스의 기획은 성공할 것인가? 내가 보기에, 그는 모순을 인정하지 않고 모순율만을 고집했던 라이프니츠 철학을 물리치는 데는 어려움이 없겠지만, 헤겔의 사변 철학 앞에서는 좌절할 것이다. 왜냐하면 사변 철학에서는 타자에 맞서는 타자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순율과 모순은 이제 더 이상 양립 불가능한 타자로서 맞서지 않는다. 사변 철학에서 모순율은 모순 안에 지양된 타자이고, 모순의 자기 관계 안으로 편입된 타자인 것이다.BR 섹스투스 엠피리쿠스는 라이프니츠 철학과 헤겔 철학을 포함하여 모든 철학을 무화(無化)하려 하였다. 그러나 헤겔 철학에서 무화되는 철학이란 없다. 라이프니츠 철학도 섹스투스 엠피리쿠스의 회의주의도 모두 지양된 타자로서 총체적 철학 안에 포섭되며, 이것이 바로 헤겔이 회의주의를 극복한다고 할 때 그가 의미하고자 한 것이다.BR 모순율과 회의주의와 관련해서 이 세 철학자가 전개한 논의는 단순히 이들에게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 주제를 다루려는 한 하나의 전범으로서의 위상을 지닌다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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