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최필공전〉은 1791년 신해박해 때 잡혀 온 중인(中人) 출신 천주교 지도자 최필공이 정조의 교화로 인해 배교를 선택한 사건을, 정조의 명령으로 홍양호가 창작한 작품이다. 당시 중요한 사안이었던 천주교 문제를 다루고 있으며 왕의 명령으로 지어졌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정조의 정치 행위에 대한 정당성 확보와 교화적 메시지를 최대한 알리기 위한 방향으로 작품이 창작될 수밖에 없었다. 입전 대상에 대한 소개와 주요 사건 서사의 앞과 뒤에 왕도정치를 대표하는 『맹자』의 구절을 배치하여 마치 해당 내용이 정조의 교화 정책을 대표하는 사례인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도, 논찬 부분에 인물의 삶에 대해 평가가 아니라 중국에서 유래한 천주교가 다른 이단들과 마찬가지로 곧 무너지게 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적어놓은 것도 이러한 창작 지향이 서사 구조에 반영된 결과이다. 주요 사건의 서사적 특징을 살펴보면, 첫째 실제 정조의 교화 정책 선포와 최필공의 회심 사이에 걸린 기간을 축소하는 설정으로 정조의 교화를 강조했다. 둘째, 천주교로부터 다시 유교로 돌아온 재전향자 최필공에 대한 우대 정책을 서술함으로써 교화를 홍보했다. 셋째, 작가 자신을 객관화하여 작품 속에 등장시킴으로써 최필공의 회심 사건과 그에 대한 우대에 이르기까지 정조의 교화가 얼마나 효과적인지에 대한 증언의 신뢰성을 확보하고자 했다. 그런 의미에서 〈최필공전〉은 정조와 정조의 정치적 메시지를 문학적으로 위임받은 홍양호에게 있어 천주교 문제에 대처하는 일종의 정치적 기획물 혹은 선전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창작 지향을 결정하는 것이 작가의 몫이지만, 대상의 삶의 모습을 핍진하게 제시하려는 전(傳)의 장르 의식 역시 간과할 수 없다. 그 결과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거짓을 싫어하고 자신의 마음에 솔직한 최필공의 면모가 부분적으로나마 포착되고 있다. 이를 통해 당시 유교와 천주교가 첨예하게 힘겨루기를 하고 있던 그 시간과 공간에서 자신의 신념을 관철하고자 했지만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솔직한 인간으로서의 최필공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의 문학적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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