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본 글은 일본의 피해자 정체성의 형성을 원폭피해자의 고통의 감정에 천착하여 검토하였다. 검토에 있어서는 피단협과 원폭피해자의 증언, 원폭주간의 기념식을 주요 대상으로 삼았다. 검토를 통해 본 글은 일본의 피해자 정체성은 원폭피해자 개인의 고통 감정이 공유되고 전이되어 집단화하고, 원폭피해가 고통의 감정언어로 발화되어 집단서사화함으로써 형성되는 것으로 설명하였다. 그 과정은 과거 히로시마, 나가사키의 원폭피해를 상기하는 동시에 일본의 전쟁책임, 식민지지배의 가해의 사실을 망각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일본의 피해자 정체성은 가해의 망각과 더불어 고통의 사회성과 도덕감정에 기반한 초국적 피해의 연대, 평화의 연대도 가능하게 하는 이중성을 나타냈다. 그러나 전후 70년 이상 경과하면서 원폭피해자의 고령화와 사망으로 신체에 새겨진 감각적 고통은 점차 소멸되고 피해의 체험이 없는 전후 세대가 사회의 주류가 되면서 타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감정이입하는 도덕감정은 쇠퇴했고 피해의 초국적 연대는 약화되었다. 냉전 붕괴와 거품경기 붕괴로 인한 사회 불안 속에 일본 사회는 원폭피해의 체험에서 기억의 시대로 접어들었고 체험이 없는 세대가 어떻게 원폭피해의 기억을 계승해갈 것인가가 과제로 떠올랐다. 일본은 원폭피해의 언어수행에서 탈맥락화와 참상에 집중하고, 고통의 감정의 학습을 통해 피해자성을 강화하며 전쟁피해자의 결집을 목표로 망각하고 있던 도쿄대공습의 피해와 오키나와전의 피해를 일본의 전쟁피해로 새로이 호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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