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이 글에서는 염상섭을 매개로 『동아일보』의 기자이자 『폐허이후』의 동인으로 활동했던 김정진의 비극 <기적불 때>를 살펴보았다. 김정진의 문사(文士)로서의 삶은 1920년대 초 소위 동인지 문학 시대 『동아일보』에 근무하며 본격적으로 희곡을 발표하던 생애 시기로부터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동안의 김정진에 대한 연구가 개별 작품 분석에 한정되고, 작품을 희곡사적으로 평가하는데 그쳤던 탓에 김정진이 문사로서 1920년대 위치했던 지점을 종합적으로 고찰하는 부분은 간과되어왔다. 20년대 소위 동인지 문학은 동인지라는 미디어와 문학이라는 미적 자율성을 요구하는 영역의 만남으로 가능했다. 이런 배경을 반영하여 이 글에서는 김정진이 1920년대 문사로서의 삶, 극작가로서의 정체성을 정립하는 과정을 염상섭과 문인회, 『폐허이후』의 맥락 속에서 살펴보았다. 언론인과 문사의 삶을 횡단하며 아나키즘을 바탕으로 문학관을 정립했던 염상섭을 롤모델 삼아 자비 일본 유학생이라는 배경을 공유하며 김정진 역시 유사한 행보를 모색했다. 김정진은 자신의 태생을 부정해야 하는 운명, 그것을 이겨내고 새롭게 갱생하려는 의지를 자신의 문사로서의 출발에 투영했다. 그 결과가 뛰어난 극작법으로 완성된 그의 첫 본격 희곡이자 비극인 <기적불 때>이다. 이 작품은 새드 스토리의 비극적 정조가 아닌, 정동을 환기하는 비극의 극작법을 통해 20년대 개인적인 문제인 동시에 사회적인 문제였던 감정의 동력을 보여주었다. 그 결과 식민권력의 검열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그것은 역설적으로 이 작품이 지닌 감정의 공적 활용 가능성을 인정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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