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배우는 신체를 통해 모든 것을 전달하고 관객으로서의 우리는 그의 신체를 통해 상황을 경험하고 감정을 동일시한다. 크리스티앙 메츠(Metz)는 외부와 분리된 어두운 영화관 환경에서 일어나는 그러한 동일시 현상을 거울 이미지라 명명했다. 그의 주장에는 몇 십 년간의 시차가 존재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상상 속에서 극중 인물을 실제와 다름없이 여기고 사랑에 빠지곤 한다. 그러나 그 원천인 영화 속 신체 이미지는 실제의 그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본 논문은 바로 그 점에 주목한다. 우리가 거울 이미지로 인지하는 배우의 신체는 어떻게 매개되고 연출되는가? 그리고 스크린으로 옮겨진 거울 이미지는 우리에게 어떠한 심리적 동요를 일으키는가? 그에 대답하기 위해 본 논문은 한 배우에 주목한다. 즉 1920년대 영화배우 루돌프 발렌티노(Valentino)에 대한 대중적 열광을 분석함으로써 관객이 영화 속 신체와 관계 맺는 메커니즘을 사회·영화 산업적 배경으로 살펴본다. 문학‧사진과 달리 영화는 기술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자본력의 공모로 대중이 꿈꾸는 신체를 제시했다. 그럼으로써 개인 정체성에 대한 억압을 해소하고 욕망을 대리 실현하기를 직접적으로 겨냥했다. 그 결과 영화적 신체의 원소유자인 배우는 대중으로부터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그러한 논리에서 개인이 거울 이미지를 보는 나르시시즘이 배우에 대한 집단 열광으로 이어졌다는 가설이 제시된다. 구체적으로 발렌티노가 20세기 초 멜팅 팟인 미국을 넘어, 유럽 및 북아시아를 휘어잡은 전설적인 미디어 스타가 될 수 있었던 요인으로 그의 신체가 백인과 유색인, 지배층과 피지배층, 여성성과 남성성이라는 양극의 성향이 시각화된 형태였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는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는 인간 개별의 거울 이미지가 되기에 적합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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