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본고는 현재 타이완 사회에 계속해서 건립되고 있는 2·28사건과 백색테러 관련 기념관의 전시와 그 기억-서사를 검토하면서 공포의 문화가 지배했던 자신들의 근현대사를 기억·기념하고자 하는 타이완 사회의 기억-실천이 가진 함의를 고찰한 논문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타이완 현대정치사의 최대 금기였던 2·28사건에 대한 공적 담론의 장이 열리면서, 과거사를 기억하고, 이를 기념하고자 하는 각종 기억-실천들이 전개되고 있는 것은 1980년대 이후 지속된 타이완 사회 민주화 운동의 한 결실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점에서 2·28기념관, 징메이·뤼다오 인권문화원구와 같은 타이완의 어둠의 역사를 주제로 하는 기념관은 테러, 나아가 죽음의 공간을 재현하면서, 이러한 테러와 공포에 맞서는 공적 내러티브를 만들어내고, 나아가 이러한 기억을 통해 억압된 과거의 진실을 재생한다는 의미에서 개개인에게 치유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중요하면서 대중적인 기억의 장이라고 말할 수 있다.<BR> 하지만 이 기억의 장들은 2·28사건과 뒤이은 백색테러를 지나간 과거의 불행한 사건으로 치부하면서, 현재의 타이완 사회에서 이 사건들이 갖는 의미를 규명하는 데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피해자에 대한 보상은 어느 정도 이루어졌지만, 여전히 학살 및 테러에 대한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등 과거사 청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역사에 대한 직시보다는 인권과 문화의 기묘한 병치가 계속되는 타이완 사회의 기억의 장의 현주소는 지금 한국사회의 기억실천을 되돌아보게 해 주는 거울이며,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공동의 노력이야말로, 20세기 동아시아를 지배해 온 공포의 문화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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