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이태준의 소설은 사회의식이 약하다는 평을 받고 있으나, 실상 그렇지 않다. 『해방전후』를 통해 나타난 작가의 사회의식과 현실인식 그리고 월북사건과 해방공간에서의 활동을 참작해 볼 때, 해방으로 외적 상황이 유리해졌다 할지라도 작가의식이 그렇게 급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작가가 일관되게 견지해온 사회의식을 추적해볼 필요가 있다.BR 작가의식을 온전히 드러낼 수 없었던 식민지하에서 이태준은 주로 장편소설의 기독교인 주인공을 중개자로 내세워 농촌계몽과 사회변혁, 이상사회의 실현이라는 자신의 욕망을 투사하고 있다. 즉 지라르의 ‘욕망의 삼각형’의 구도처럼, 이상사회 건설에 대한 꿈을 기독교인을 중개자로 삼아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본고에서는 다소 통속적이라고 평가되는 장편소설을 통해 이태준이 기독교인 주인공들에게 어떤 이미지를 투사했는지 밝혀보고자 한다.BR 이태준은 사회 구원이나 계몽운동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었지만 개인의 구원에 치우치거나 교세의 확장을 위한 포교에는 부정적인 인식을 보여주었다. 그러한 맥락에서 볼 때, 이태준의 사회의식이 기독교에 대한 관심과 소설적 활용을 촉발하였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태준의 장편소설에 나타나는 기독교 이미지는 보편적이기 보다는 식민지 지식인들이 추구하는 정신적이고 초월적인 가치가 강조된 이상적 기독교 이미지이다. 기독교인 이미지는 긍정적인 측면에서 천사, 선한 사마리아인, 성모의 이미지를, 부정적으로는 위선자, 변절자의 이미지를 생각할 수 있다. 그는 이상과 현실의 갈등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다루었는데 이러한 이분법적 대립은 『청춘무성』의 원치원 목사를 통해 어느 정도 극복된다. 결과적으로 이태준이 제시하는 바람직한 기독교인의 이미지는 정신적이고 초월적인 가치를 지향하면서 공동의 선을 이루고 세속적 삶속에서 거룩함을 추구하는 인간의 이미지로 조화롭게 귀결된다. 하지만 이것은 이태준이 바라는 이상적 이미지일뿐 다소 비현실적이다. 이와 같이 투사된 기독교인의 이미지는 기독교인에 대한 기대치를 과도하게 높임으로써 결과적으로 이상적 이미지와 현실 이미지의 괴리감을 초래하는데 일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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