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개항 이후 1896년, 서구의 태양력인 그레고리력이 도입되며 국가의 시간체계는 전통적인 태음태양력과 서구의 태양력이라는 이중적인 시간의 구조를 형성하게 되었다. 1897년 대한제국기에 들어서며 국가경축·의례일은 역서에 공식적으로 표기된 중요한 국가의 시간으로 더욱 부각되었으며, 매년 발행되는 국가 역서의 시간은 도시민의 일상을 새롭게 규정하기 시작하였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는 1911년부터 1936년까지는 『조선민력』이라는 이름으로, 1937년부터 1945년까지는 『약력』이라는 이름으로 해마다 역서를 발행하여 배포하였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의 식민통치는 국가의 시간에 의한 규제로서 더욱 강화되었다. 조선총독부는 서구 근대 양력의 도입과 더불어 황국신민화 정책과 결합된 이데올로기적 시간체계로서 식민지 국가의 역법체계를 형성함으로써 새로운 국가 시간의 질서를 대중화·일상화 시키고자 하였다. 조선총독부가 편찬·반포한 일제의 양력 역서에서는 ‘황국신민’을 위한 국가축제일과 국가기념일이 전면에 가장 강조되어 표기되었다.<BR> 일제강점기 전반의 국가 시간을 규정한 『조선민력』은 전통과 근대가 혼재된 달력이자 과도기적인 달력이었고, 태양력과 함께 일요일과 일제의 국가축제일을 전면에 내세운 식민지 국가의 공식적인 달력이었다. 『조선민력』에서는 기존의 태음태양력을 ‘구력(舊曆)’으로 규정 지으면서도 양력과 병기하여 기재함으로써 이중적인 시간의 구조를 유지시키고 있었다. 이러한 일제의 국가 역법체계는 일제강점기 후반인 1937년에 『조선민력』에서 『약력』으로 전환되며 크게 변동되었다. 『약력』에서 태음태양력의 날짜는 축소·삭제된 반면, 기존의 국가축제일에 더해 새로운 국가기념일들을 대거 추가시켰으며, 일제가 내세운 황국신민화 정책, 국가 의례와 관련된 각종 부록들을 새로 추가시키기에 이르렀다. 조선총독부는 해마다 조금씩 역서의 내용과 구성을 수정해나가며 일제의 황국신민을 중심으로 한 국가 이데올로기를 역법 체계에 직접적으로 반영시키고자 하였다. 조선의 전통적인 태음태양력과 근대의 새로운 역법인 태양력의 이중적인 시간 구조는 『조선민력』에서 두 개의 시간체계로서 공존하고 있었으며, 새롭게 등장한 일제의 국가축제일은 새로운 국가 시간의 리듬을 형성하고 있었다. 이후 새롭게 재편된 역서인 『약력』에서는 일제의 ‘황국신민’이라는 국가 이데올로기가 더욱 직접적으로 반영된 태양력의 시간으로 일원화되었으며, 그 중심에는 국가의 표상으로서 일제의 국가축제일과 국가기념일이 새로운 시간의 리듬을 형성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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