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본 논문은 프로이트와 라캉이 발전시킨 자아개념을 신경과학과 유식학을 통해 심화·업그레이드하면서 ‘자아는 중층 가상현실이다’라는 다소 급진적인 자아론을 주장한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자아는 합리, 계산, 이성을 특징으로 한 의식의 단일한 기제가 아니라 외부 세계에 대한 지각의 영향으로 이드가 분화된 중층의 정신과정들로 구성되어 있다. 외부 대상 지각은 기억과 연결되어 작동하는데, 지각과 기억이 대상의 재현이이기 때문에 자아는 가상적인 것(the virtual)이라 할 수 있다. 라캉이 말하는 자아는 거울/타자에 비쳐진 자신의 이미지를 자신으로 지각하는 인식오류(meconnaissance)에 기인한 것이기에 가상현실이다. 자아에 시각적 요소와 더불어 언어적 요소가 중층적으로 작동한다. 고무손 착각 실험에서 고무손을 자신의 손으로 인식하는 자아의 작동에는 ‘감각운동 네트워크’(SMN), ‘현저성 네트워크’(SN), ‘보상 네트워크’(RN), ‘중앙집행 네트워크’(CEN), ‘디폴트 모드네트워크’(DMN)가 관여한다고 볼 수 있다. 자아는 단일한 신경 조직이나 네트워크가 아니라 중층적인 네트워크들의 병렬식 작용이다. 신경과학적으로 볼 때도 자아가 중층 가상현실인 것이다. 유식학에 의하면, 자아는 연기(緣起에) 의해 일어나는 말나식인데, 자기중심적으로 사량하고 자신을 실체로 착각한다. 말나식은 단일한 기제가 아니라 안식, 이식, 비식, 설식, 신식, 의식, 아뢰아식이 함께 구유하여 작동한다. 말나식 자아는 많은 조건에 의해 연기적으로 작동하고 변화하는 중층적 가상현실이다. 자아는 가상현실이지만 자기보존본능, 자기성애, 충동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강하다. 자아가 중층가상현실임을 통찰하는 것은 정신분석 임상과 이론 연구뿐만 아니라 언택트 시대의 (디지털) 주체를 이해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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