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고려 왕조는 공헌에 대해 지위를 부여하는 것을 근본적인 원리로 선거제를 운용하였다. 정중부 등은 공신 지위를 책봉받음으로써 그 행동을 왕조에 대한 공헌이라 정당화하였다. 대금 외교나 반(反) 무신정권 세력 진압에 공을 세운 인사들에게도 지위가 포상으로 내려졌고, 그 공이 큰 경우 후손들에게도 그 상이 이어졌다. 본인과 후손의 지위를 위하여 능동적으로 공헌을 수립하도록 관리들을 권면하는 고려 선거제의 운영 취지가 정변 후에도 지속되었던 것이다.BR 그러나 공헌과 지위가 연관되는 것이 옳다는 인식은 당시 정국 속에서 새로운 의문을 자아내었다. 정중부 등이 공신의 지위에 오른 것이 과연 옳은가에 대한 문제 제기가 김보당의 거병 이후 본격적으로 등장하였다. 이는 곧 그들의 행위가 왕조에 대한 공헌인가 범죄인가에 대한 이견이었다. 앞선 시기부터 정계에서 올바른 지위의 자격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 온 흐름을 잇는 것이었다. 김보당과 조위총 등 높은 지위에 오른 정치가들뿐만 아니라 향리, 산관까지 이를 논하고 행동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특정 행위의 공헌 여부 및 그와 연계된 지위의 정당성에 대해 공공의 장에서 의사를 표현하는 주체들이 점차 확대되는 흐름이 나타났다.BR 한편, 집권 무신들은 인사권을 장악하여 세력을 확장하려 하였다. 왕조나 백성이 아닌 자신에 대한 공헌을 기준으로 이용하였고, 그 결과 폭력성이 그 중요한 척도가 되었다. 많은 무신들이 이에 적극 동참하여 지위를 획득하였는데, 이는 능동적으로 공헌하여 지위를 획득한다는 전통적인 원리에 충실한 행동이기도 하였다. 자신을 기준으로 이해관계와 공헌·자격을 따지는 경향은 점차 확산되었다. 중하위 무반 관리들이 상위무신들과 공공연히 집단적으로 정치적 갈등을 빚는 일이 잦아졌다는 기록과 산관들이 조정의 인사 체계를 개편하도록 강력히 압박했던 사건이 시대적 흐름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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