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이 논문은 황병승 시에 나타난 자의식의 특징을 규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황병승의 등장은 한국 시단에 유례없는 파문을 불러일으키며, 소위 ‘미래파’의 최전선에서 하위문화의 거칠고 생생한 에너지로 허망한 이상을 가진 고급문화의 급소를 가격했다. 21세기 데카당의 출현이자 한국 시단의 새로운 아이콘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황병승은 2003년 『파라21』에 「주치의 h」외 5편의 시를 발표하며 문단에 나왔다. 등단 직후 거침없이 발표된 그의 시들은 많은 논쟁의 단초가 되었는데 작품에 드러난 환상성과 그로 인해 야기되는 소통의 문제,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시적 주체, 곧 자의식을 어떻게 해석하고 이해해야 하는가에 대한 끊임없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황병승은 그의 시에 등장하는 다양한 화자들에게 자신의 자의식을 분배함으로써 하위문화의 반란을 꾀함은 물론, 반복되는 실패의 경험마저 성공으로 이끌어내며 기존의 상상력을 다른 차원으로 갱신하기에 이른다. 오래도록 지속된 비평의 장(場) 속에서 황병승을 비롯한 많은 ‘미래파’ 시인들의 시가 소모적으로 언급된 것도 사실이나, 본 연구의 대상인 황병승은 특히 작품 세계에 대한 면밀한 연구보다 그 화제성에 그의 이름이 함몰된 경향이 적지 않았다. 더불어 ‘미래파’ 논쟁의 종료라는 시기적 적합성 또한 복합적인 해석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그 가운데서도 황병승의 자의식에 주목하는 까닭은 그의 시세계를 확립시켜온 독특한 주제의식과 형식적 특징을 심층적으로 고찰함으로써 단순한 표현 기법을 탐구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가 보여주고자 하는 자의식의 본질적 양상을 파악하기 위함이다. 본고는 피상적으로만 다루어지던 황병승의 의식세계를 면밀하게 체험하고 화자를 통해 직조되어 있는 황병승의 시적 세계관을 보다 구체적으로 짚어보는 데 그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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