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북한은 연합군의 한반도 투입 이후 한국전쟁의 개념을 ‘조국해방전쟁’으로 재규정했고, 이 인식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는 미국에 대한 북한의 적대적 태도를 엿볼 수 있는 상징적 용어이자 개념으로서 당대 북한의 전쟁영화에서 미국과 미군에 대한 표상이 의미 있게 해석될 수 있는 중요한 이유가 된다. ‘조국해방전쟁’을 다룬 북한의 영화들 중 선전성이 가장 짙게 나타나는 영화들은 당연하게도 전시에 제작된 전쟁 소재 영화들이다. 북한의 조선노동당 지도부는 영화를 통해 미 제국주의와의 투쟁을 강조하며, 미국에 대한 적개심을 바탕으로 하여 조직 통합을 위한 목적성을 선명히 드러낸다. 해당 영화들에서 미국(군)은 필연적으로 적대자의 역할을 맡는다. 전시에 전쟁을 다룬 영화는 크게 기록영화(다큐멘터리)와 예술영화(극영화)로 나눠 살펴볼 수 있는데, 미국은 그 모두에서 가혹한 침략자의 이미지를 드러낸다. 흥미로운 것은 세부적으로 영화의 형식이나 내러티브 양상에 따라 미국의 표상이 세밀하게 차이를 드러내거나 시나리오와 실제 영화적 표현들에서 약간의 간극이 발견되는 지점들이 있다는 것이다. 기록영화에서는 미군의 민간인 학살, 세균전 자행과 같은 비인도적 행위들을 전면화시킨다. 기록영화들에서 주로 묘사되는 것은 피해자인 북한 주민들이며 미국은 가해자인 그 상대자로서 존재한다. 기록영화 내 미군의 실제 등장은 제한적이지만 피해자인 북한 주민들이 괴롭게 그려질수록 미군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강화된다. 반면 예술영화에는 실제 미군이 실체로서 등장한다. 이들은 부도덕하면서도 잔혹한 절대 악의 이미지를 표상한다. 다만 프로타고니스트에 해당하는 북한인 주인공의 계급이나 지위에 따라 강조되는 미군의 표상이 달라지는 모습이 발견된다. 또한 영화적 표현들로서 미국의 부정적 표상을 극화시키려는 시도들이 엿보이는데, 이는 매우 전형적인 영화적 표현들임과 동시에 때로는 형식주의적 특징을 드러내고 있기에 당시 형식주의 타파를 외치던 당의 지침과 관련해 흥미롭게 살펴볼 수 있는 지점이 된다. 이에 본 연구는 미국의 표상을 영화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특징적인 작품들을 중심으로 이에 대한 영화적 해석을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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