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대법원은 최근 이중매매 또는 이중양도 사안을 중심으로 타인의 사무성에 관한 종래의 해석론을 변경하고 배임죄를 부정하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하고 있다. 대법원의 변경된 판례 경향은 실질적 내용이 타당한지 여부에 대한 평가를 떠나 최소한 일관된 규범의 형성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대상 판례 역시 위와 같은 판례변경 과정에서 선고된 것이다. 다수의견은 최근 판례들과 마찬가지 논리로 동산 양도담보설정자의 양도담보권자에 대한 담보가치의 유지·보전 의무 내지 담보물을 타에 처분하거나 멸실, 훼손하는 등 담보권 실행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을 의무를 타인의 사무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이 글은 대상 판례의 사안에 대하여도 타인의 사무성에 관하여 최근에 선고된 일련의 판례상 기준을 그대로 또는 당연히 적용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에서 출발하였다. 대상 판례의 사안에서 문제된 사무는 점유개정에 의하여 양도담보의 목적된 동산을 계속 점유하게 된 담보권 설정자의 담보물 관리의무이다. 이는 채무자의 담보권 설정의무와는 구별되는 것이며, 부동산 이중매매나 이중저당, 동산의 이중양도 등 이른바 이중양도 사안에서의 채무불이행과도 그 성격을 달리한다. 동산양도담보계약을 통하여 채권자는 양도담보권이라는 비전형물권을 취득한다. 그리고 다수설인 신탁적 양도설에 의하면 채권자는 채무자와의 대내관계에서는 목적물의 소유권을 취득한다. 소유권을 취득한 양도담보권자에 대하여, 점유개정의 방식으로 계속 점유하게 된 양도담보권 설정자가 담보목적물을 관리할 의무는 위의 두 채권적 사무와는 그 법적 성격을 달리하는 것이다. 양도담보권설정자의 점유는 양도담보 설정계약이라는 점유매개관계를 전제로 하는 타주점유로서, 단지 담보목적물에 대한 사용수익권을 보유한다는 이유로 위 관리의무를 양도담보권 설정자의 자기 사무라거나, 소극적 의무에 불과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상 판례의 사안에서는 양도담보권 설정자가 채권자의 대리인으로서 선관주의의무를 가지고 담보목적물을 보관·관리한다는 내용의 명시적인 계약 내용도 존재한다. 따라서 담보권설정자의 담보물관리의무는 양도담보권자의 재산관리사무를 위탁받아 처리하는 경우, 또는 양도담보권자를 대리하여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한편, 양도담보권 설정계약을 통하여 양도담보권자의 목적물에 대한 물권으로서의 권리는 오로지 양도담보권 설정자의 보관의무 이행 여부에 따라 좌우되는 관계에 있게 된다. 그러한 의미에서 양도담보권 설정자는 양도담보권자에 대한 보증인적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양도담보권 설정자의 의무의 내용은 본질적으로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사회경제적 신뢰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재산권을 침해하는 각종 범죄 중 배임죄는 특히 민법상의 의무위반과 혼동될 여지가 많은 범죄이다. 단순한 계약위반 사안에 형법이 개입해서는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타인과의 대내적 신임관계에 위반하여 타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위반 행위에 대하여 민사사안이라는 이유로 처벌하지 않는 오류를 범해서도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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