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본고에서는 황순원 장편소설 『일월』은 주인공 내면에 초점을 두고 근원적 존재 양식의 실존 문제가 꿈에 나타난다고 보고, 하이데거의 이론을 중심으로 꿈 공간 해석을 통해 자기 상실에서 자기 회복으로 가는 과정을 해명하였다. 이 과정은 ‘백정’이라는 소재가 작품에서 어떤 상징성을 갖는가 하는 의문에서 출발한다. 백정이라는 계층적 신분이 가진 소외와 고립이 인철의 가족이 가진균열과 불안을 표상하는 개인 공간에 같은 의미로 드러난다. 사회로부터 배제되어 신분 차별 이상의 인격 차별로 소외된 백정을 통해 자기 상실에 맞서는 대안을 인철의 꿈 공간에서 면밀하게 찾을 수 있다. 인철의 꿈에 나타난 공간은 불안 기분에 의한 투쟁적 공간이다. 여기에 나타난 불안은 감정적 기분이 아니라 처해있음의 실존적 기분이다. 가문의 비밀을 은폐하려는 의식에서 비롯한 인철의 불안은 꿈 공간 어두운 ‘계단만으로 된 집’과 ‘동굴’에 나타난다. 이 두 공간은 인철이 자신의 비본래적 삶에 처해 있음을 깊이 숙고하는 과정에서 본래적 삶으로 열어 밝히는 변화의 가능성이 나타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불안이라는 결여는 본질을 문제 삼는 존재물음을 생산하는데, 이 과정에서 긍정의 기회를 가져와 자신의 존재 확인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의식이 계단만으로 된 집의 ‘계단’에, 동굴에서는 시간과 공간을 규정하는 양면 현상인 ‘사이’에 나타났다. 계단만으로 된 집의 계단은 자신의 존재됨의 근거를 찾아가려는 의식의 이행 도구로 자기 상실에서 자기 회복으로 향해 끊임없이 가야하는 숙명적 현실의 장소이면서 시간성의 공간이다. 공포가 비켜갔을 때 다시 정상을 찾으려면 두려움을 의지와 결합시켜야 하는데, 투쟁과 탐색은 문제에 몰입된 자기지배 현상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대안이 된다. 결국 인철의 의식은 어두운 현실에 고정되지 않고 열림의 가능성을 드러내는데 <계단의 침침한 그늘/ 플라터너스의 맑고 푸른빛>의 대조는 그 이상을 상징적으로 암시한다. 동굴에서는 <들어감/나옴>, <동굴 안/동굴 밖>, <캄캄함/환함>의 현상에 공간을 규정하는 ‘사이’의 시간성이 존재한다. ‘사이’는 둘 사이를 나눔과 동시에 이어주는 연관 관계로서 공간성을 가진다. 은닉과 열림의 장소, 어둠과 밝음의 시간 사이에는 분리될 수 없는 차이가 존재하는데. 이 차이는 둘 사이를 나눔과 동시에 이어주는 연관 관계이다. 그러한 점에서, 동굴 안에서 동굴 밖으로향하는 사이의 시간성은 은폐된 자의식이 비은폐성으로 향하는 것임을 드러낸다. 작가는 공동체의 균열과 소외에서 주체적인 자기를 확인하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결여에서 새로운 동력이 생산되듯, 불안은 자신의 존재에 대한 숙고를 생산한다. 소외는 인간과 부딪침, 공동체로 나아가 관계 맺기를 했을 때 비본래적 삶에서 본래적 삶의 자기 자신을 찾을 수 있다. 이것은 오늘날 우리 사회 여러 곳에 침식하고 있는 인간 소외와 사회 구조에서 느끼는 불안과 위협에서 주체적인 자신을 지키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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