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실존하지 않는 상상의 동물로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예술, 신화, 그리고 문학작품에 무수히 등장하는 것이 용이다. 용이 하나의 문화권에서 또 다른 문화권으로 전파된 경위나 과정에 대하여 다양한 학술적인 주장들이 제기되어 왔으나, 어느 것이 옳고 그런가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는 어렵다. 다만 동서양의 문화적, 이념적인 차이들에서 비롯되는 용의 형태 및 용에 대한 인식과 태도가 동양과 서양에서 상이한 것만은 분명하다. 중국을 이웃한 아시아 국가들에서 용은 매우 이상적이며 신비스러운 모습을 띠는 반면, 스캔디나비아 부족들(the Scandinavian tribes)의 문화적 환경에서 잉태된 『베오울프』(Beowulf ) 속 용이나 중세, 르네상스 시대 문화작품이나 신화에 등장하는 서양의 용은 흉악하고 무시무시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아울러 동양에서 용은 왕권을 비롯하여 복이나 상스러운 것을 상징하는가 하면, 서양에서 용은 악 그자체로서 퇴치해야 할 대상일 뿐더러 『베오울프』를 비롯한 서양의 신화나 문학 작품 속 영웅은 용을 퇴치하는 것을 지상의 과업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심리적 관점에서 용은 동서양 사이의 차이보다는 어느 정도 보편성 내지 공통점이 존재한다. 인간내면에 존재하는 무의식의 세계는 현실에서 우리에게 종종 사나운 동물이나 용을 통해서 비추어질 수 있다고 현대 심리학자들은 보고 있다. 고대 및 중세시대의 문학작품에 등장하는 영웅들의 용과의 싸움은 피상적으로는 인간에게 해를 주는 괴물을 퇴치하는 과정인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영웅의 감정 혹은 영웅의 내적인 무의식의 세계와의 투쟁을 의미한다고 말할 수 있다. 감추어진 자신만의 공포, 결점, 그리고 죄 따위를 작품 안에서 영웅은 용의 퇴치를 통하여 정복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심리분석학적 측면에서 『베오울프』의 주된 에피소드인 용와 베오울프의 전투장면들을 분석하여 볼 때, 서양에서 용은 인간의 혐오대상인 동시에 두려움의 대상일 뿐만 아니라, 이를 제거한다는 것은 외부의 적이 아닌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상징적인 적을 극복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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