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본고는 『옹고집전』을 연구 대상으로 삼아 조선 후기 향촌사회에서 ‘공존’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함의를 고찰하고자 했다. 『옹고집전』은 眞옹과 假옹의 대결을 그린 진가쟁주(眞假爭主) 화소를 중심으로 眞옹을 사회적 규범에 맞게 교정시키고 공동체로 복귀시키는 서사적 흐름을 지니고 있다. 옹고집이 공동체와 공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교정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이는 공존의 이면에 잠재적 폭력이 위치하고 있음을 시사한다.<BR> 『옹고집전』이 시공간적 배경으로 삼은 조선 후기 향촌사회는 도덕경제가 작동하고 있었다. 도덕경제는 농민이 이윤의 극대화보다 위험의 극소화에 초점을 맞춘다는 사실에 주목하여 ‘호혜성의 규범’과 ‘생계에 대한 권리’라는 두 가지 원칙을 통해 개인과 공동체를 존속시키게 한다. 하지만 이런 특성 때문에 경제력의 재분배라는 사회적 기조에 따르지 않은 구성원에 대해서는 공동체의 가차 없는 처벌이 이루어지기도 했다.<BR> 『옹고집전』은 이런 도덕경제의 폭력성을 드러내는 작품이다. 옹고집을 향한 사회적 살해는 희생제의의 구조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옹고집을 희생양으로 삼아 공동체의 위기를 극복하는 서사적 양상을 보여 준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를 교정의 서사와 연결시킴으로써 옹고집을 향했던 공동체의 만장일치적 폭력을 겉으로 드러낸다. 옹고집은 누구나 공동체의 규범에서 벗어난 개인을 희생양으로 만들고 공동체 밖으로 축출할 수 있음을 생생하게 보여 주는 인물이다.<BR> 공동체가 위기나 분열을 겪을 때, 그 책임을 통째로 전가시킬 수 있는 희생양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공동체의 구성원들은 모두 ‘잠재적인 박해자’가 된다. 모두가 박해자이며 동시에 희생양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짊어지게 되는 것이다. 『옹고집전』이 보여 주는 공존의 이면에는 만장일치적 폭력을 초석으로 삼아 쌓아 올린 일시적인 평화와 조화가 위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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