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본고는 단색화 비평용어의 검토를 통해 단색화를 새롭게 조망하는 계기를 제공하고자 한다. 용어의 재고는 작품이해의 지평을 넓히고, 비평의 전형적인 틀을 벗어나 논의를 심도 있게 이끄는 단초가 되리라 예상한다. 우선, 비평 용어 ‘무위’는 의도가 없는 행위가 아니라, 물질과 하나가 되고자하는 적극적 행위로 설명해야한다고 제안한다. 또한 ‘무위’가 대상과의 이분법적 거리를 붕괴시키려는 시도라면, 이는 서구 ‘비정형(formless)’ 미술에서도 발견된다. 대상을 정형적 형태로 이해하는 것은 표상과 직결되기 때문에, ‘비정형’은 근대 의미화 작용에 대한 저항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대상과의 이분법적 거리를 소거하고 하나가 되고자하는 단색화의 시도를 ‘한국적’ 고유성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한편, 단색화에서 보이는 우연적 효과는 ‘작인(agency)’과 ‘의도성(또는 행위자 agent)’ 사이의 간극으로 설명될 수 있다. 단색화 작업의 초반 국면에서 작가는 ‘의도성’을 갖는 ‘행위자’이지만, 후반 국면에서 재료의 특성과 자연의 힘만이 ‘작인’으로 작동하면서 ‘우연적 효과’를 만든다. 따라서 단색화의 우연성은 오로지 물질의 작용으로 이해될 수 있다. 또한 단색화의 ‘반복’은 ‘정신적 수양’이라는 모호한 용어보다 ‘행위자’와 ‘작인’의 맥락에서 설명된다. 주체는 ‘반복’적인 ‘수행성’을 통해 기존의 사회적 구조를 끊임없이 재배치하고, 그 과정에서 계속해서 재배치되는 정체성을 형성한다. ‘반복’은 차이를 만들면서‘행위자’의 행동을 야기하는 작인으로 작동하며, 작가는 반복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자신을 느낀다. 단색화가 서구 미술과 다른 ‘한국적’ 회화라고 주장되는 근거 중의 하나인 이우환의 미학은 메를로퐁티의 ‘살’의 세계와 다르지 않다. 결국 이우환이 언급하는 ‘한정 작용으로서의 자기 자각’은 메를로퐁티의 ‘키아즘’적 ‘살’로 자기를 규정하는 것과 유사하다. 따라서 이우환의 미학에 근거해서 논의되었던 단색화의 ‘한국적’이라는 위상은 재고되어야 하며, 오히려 “동시대성(contemporaneity)”의 논의로 방향 전환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Full Text
Paper version not known

Talk to us

Join us for a 30 min session where you can share your feedback and ask us any queries you have

Schedule a call

Disclaimer: All third-party content on this website/platform is and will remain the property of their respective owners and is provided on "as is" basis without any warranties, express or implied. Use of third-party content does not indicate any affiliation, sponsorship with or endorsement by them. Any references to third-party content is to identify the corresponding services and shall be considered fair use under The CopyrightLa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