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본 논고는 가부장제(patriarchy)를 인공임신중절 금지 담론을 전개시키는 조건화된 장으로 설정하며, 이러한 가부장제 의미경제의 구조적 판에서 주요 개념 항들-여성과 태아의 항, 부성의 항-이 선택·탈각, 상호배치되는 방식과 더불어 논쟁의 찬반 대립구도 틀의 편성과 전개 등을 조직적이며 위계적으로 구성시키는, 그 근원적 조건들을 밝혀내고자 한다. 프로 라이프 대 프로 초이스로 양분되어진 기존의 인공 임신중절 수술 찬반 논쟁의 지형이 갖는 근원적 한계점을 드러내고자 ‘여성 대 태아’라는 용어들의 배치와 그것이 전개되는 판이 어떻게 작동하며 효과적으로 무엇을 드러내고 또 무엇을 은폐하고자 하는지 분석하고자 한다. 이는 레비스트로스의 친족 구조 내 여성 교환경제와 엥겔스의 가부장제 도입의 역사의 프리즘을 통해 이루어질 것이다. 사실상 ‘여성’이라는 기호는 친족 구조 시스템의 다각적 항들-아버지, 남자 형제, 아들 등-과의 상관적 연쇄관계 내의 종속 항으로서 기능하고 부권의 순수혈통을 보증하는 교환가치로서만 그 의미가 확증될 수 있다. 따라서 인공 임신중절 수술은 여성 대 태아 간의 권리투쟁의 결과가 아니라, ‘여성-태아’라는 공동 항에 대한 부권-남성의 미인가(未認可)로 인해 가부장제 사회 내 그들의 공동 존립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우리는 여성-태아에 대한 부권-남성의 탈각된 위상에 관한 고찰을 필자가 제시한 페니스-코기토 다발체로서의 남성 주체 분석을 통해 이루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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