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이 논문은 두 가지 몸, 즉 인체와 정체의 늙음을 중심으로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전반의 한국에서 노년 관점의 변화를 다루고 있다. 이 시기에는 한국에서 다양한 이데올로기가 등장했는데, 서양을 그대로 본받자는 근대주의, 조선 혼을 지켜 국체(國體)를 보존하자는 민족주의, 계급혁명을 통해 사회변혁을 꾀하려는 사회주의 혹은 공산주의, 그리고 내선일체를 고대하는 대동아공영주의 등이 있다. 모두 제각각의 특징을 지녔으며, 서로 다른 목표와 방식을 내걸었으나, 한 가지 점에서는 같았다. 바로 자신들이 수립하고자 하는 정체의 선봉 및 주축 세력으로 청년 집단을 내세웠으며, 청년이라는 메타포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청년이 언급되고 동원되는 만큼, 청년의 대립자인 노년은 그림자처럼 거론될 수밖에 없다. 청년이 새로운 시대를 짊어질 세대적 주체로 부각되는 동안, 노년은 사라져야 할 과거의 유물(遺物)이 되었다. 청년-노년의 세대적, 인체적 메타포는 새로운 근대적 정체(政體) 수립을 위해 동원되었다. 민족과 인종이라는 새로운 기준으로 정체를 만들 때, 낡은 것-늙은 몸, 새로운 것-젊은 몸을 등치시키는 연결이 효과적인 방식으로 제시되었다. 왕 개인에 국한되어 이루어진 이전의 인체-정체 관계 대신 근대국가 체제는 광범위한 인구집단을 민족 혹은 인종으로 개념화하면서 포괄한다. 개인의 노쇠함을 정체의 위기 징후로 간주하는 대신, 세대적 정체(停滯)를 문제 삼으면서 정체 개편의 계기와 동력을 마련한다. ‘갈등과 대립의 청년-노년’이라는 메타포는 이렇게 등장한다. 하지만 ‘갈등과 대립’은 수사학일뿐, 실상은 청년 주도의 방향이 정해져 있다. 인구집단을 이와 같은 청년과 노년의 메타포로 정리하는 습관은 연령별 세대에 속한 개인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런 정치적 체제가 정착하고, 여기서 만들어진 청년과 노년의 이미지가 공고히 훈습(薰習)되면서, 인체가 나이 들어 늙는다는 것은 저절로 “스캔들”이 되었다. 이 “스캔들”은 한 명도예외 없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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