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이 연구의 테마는 정지용 시가 한문학적 전통을 바탕으로 어떠한 변모 양상을 거쳐왔는지에 초점을 맞추었다. 통상 지용의 시는 세련된 감각의 모더니즘시를 거쳐 193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는 전통 지향의 작품을 쓴 것으로 기술되어 왔다. 하지만 실제로 지용의 초기 시를 살펴보면 『시경』을 바탕으로 한 표현이 쓰였으며, 시상의 전개에 있어서도 당시(唐詩)의 기법인 의상과 의경의 활용이 도드라졌다. 그러므로 정지용의 초기 작품과 후기 작품은 연속선 상에서 파악해야 타당할 것이다. 여기서는 특히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장수산 1」과 초기에 창작된 소품 중 하나인 「산 넘어 저쪽」을 비교하여 이를 실증적으로 구명하였다. 하지만 비록 지용의 초기 시와 후기 시가 모두 한문학적 전통 안에서 연속성 상으로 파악된다고 할지라도, 두 시기 작품에는 명백한 차이가 존재한다. 즉 초기 작품에서 드러난 한문학적 전통은 주로 표현의 측면에 경도된 것이고, 그 양상 역시 도드라진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후기 작품에 있어서 한문학적 전통은 작품의 형식과 내용을 지배하는 주요 기재로 전면화 되어 돌출된다. 특히 중국 당시가 지닌 도피적 감각이 근대 환멸의 정서와 짝을 이루며 새로운 형태의 시로 변모하는 양상을 보이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1930년대 파시즘의 강화와 함께 근대 문명에 대한 실망과 염오가 지용 안에 내재되어 있던 한문학적 전통을 적극적으로 소환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근대에 대한 매혹과 환멸이라는 양가적 상황이 한문학적 전통의 전면화와 궤를 함께한다는 점에서, 지용의 후기 전통 지향적 시는 모더니즘 시가 표방하였던 근대 비판의 정신에 일층 가까워질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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