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이 글의 목적은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에 대한 새로운 독법을 시도하는 데에 있다. 이 소설은 독자들에게 서술의 진정성을 느끼게 하는 고백적 진술로 이루어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매모호함을 드러내는 서사지표들로 인하여 그 진정성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게 만든다. 이는 서술자-인물인 ‘나’가 기억을 구성하는 방식과 관련이 있다. ‘나’는 세계 속 대상에 자신의 경험을 투사하여 기호를 생성하고 대상들을 조작한다. ‘나’는 대상을 기호화하여 자신의 고유한 삶을 구성하려는 의도를 가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는 ‘나’가 지속하는 글쓰기와 같은 행위로 구체화된다. 자신의 경험을 투사하는 대상들은 삶의 지향성을 드러내는 표상, 의지를 위협하는 표상, 타인들과의 인식 차이를 드러내는 표상 등으로 기호화된다. ‘나’는 기록을 통해 기억을 보존하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망각을 부추기는 ‘알츠하이머’는 기억을 추동하는 계기로 작용한다. 이때 ‘나’는 자신의 삶을 기념비적으로 역사화하려는 의도를 드러낸다. 자신의 삶을 절대화하려는 것이다. ‘나’는 자신의 신념을 의탁하는 표준들을 통해 이를 정당화하고자 한다. 대상을 전유하여 삶을 구성하는 것은 인간의 보편적인 기억 방식이다. 그런데 ‘나’는 경험을 투사한 기호가 새롭게 해석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간과한다. 또한 대상을 자율적으로 해석하고 기호화한 기억들을 타자들과 공유하는 것 역시 거부한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나’의 이러한 기억 방식, 즉 삶을 구성하는 방식에 주목한다. 그리고 기호를 통해 자신의 경험을 정당화하려는 의지를 지닌 존재가 파국을 맞는 이유를 제시한다.

Full Text
Published version (Free)

Talk to us

Join us for a 30 min session where you can share your feedback and ask us any queries you have

Schedule a c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