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이 연구는 일본의 작가 이시카와 다쓰조의 소설 「사격하는 여자(射撃する女)」, 「봉청화(鳳青華)」와 조선의 작가 장혁주의 「월희와 나(月姬と僕)」, 「어느 고백담(ある打明話)」, 「이국의 남편(異俗の夫)」을 분석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 소설들은 모두 근대 여성 소설가 백신애를 모델로 하고 있으며, 일본어로 창작되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모든 소설 속에서 백신애는 제국의 남성과 식민지의 남성 모두에게서 ‘마녀’로 표상되면서 남성들의 욕망의 대상으로 재단되고 있다.BR 이시카와 다쓰조의 소설 속 조선 여성들은 마녀성을 지닌 불온한 존재들로 등장한다. 제국 남성인 ‘나’는 그런 그녀들에게 쉽게 매혹 당하지만, 조선의 여성들은 결코 제국 남성인 ‘나’에게 종속되지 않으며 굴복하지도 않는다. 뜻대로 되지 않는 그녀들에게서 ‘나’는 불길함과 두려움에 휩싸이게 되고, 오히려 장악당할 수 있다는 공포에 휩싸이면서 매혹적인 그녀들을 포기하기에 이른다. 순종하지 않는 조선 여성은 영원히 종속시킬 수 없는 ‘식민지 조선’을 상징하고, 그로부터 오는 두려움은 ‘제국주의의 공포’를 은유한다.BR 장혁주 작품 속의 남성 주인공 ‘나’는 곧 작가 자신이다. 마성으로 남성 주인공을 파멸로 이끄는 그녀는 ‘월희–백숙희–여류 작가–신애’로 바뀌며 네 편의 소설 속에서 반복적으로 재등장 한다. 장혁주의 모델소설에서 백신애가 거듭 거론되는 것은 작가에 의해 그녀가 ‘조선 문단’으로 표상되었기 때문이다. 끝없이 편입되기를 욕망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조선 문단처럼, 남성 주인공 역시 그녀를 욕망하지만 가차 없이 버려진다. 조국의 문단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었던 욕망의 좌절은 마녀와 같은 그녀에 의한 배신으로 은유되면서 마음껏 원망할 수 있는 명분을 얻게 된다. 제국으로의 편입이 어려워질 때마다 다시 조선 문단에 대한 원망은 되살아나고, 그것은 백신애라는 한 인물로 반복되어 표상된다. 장혁주는 백신애 모델소설을 통해 조선 문단이 자신에게 행했던 불합리한 행태를 간접적으로 지적하고, 자신의 도일을 변명하려는 수단으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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