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오장환은 『예세닌시집』을 자신의 두 시집 『병든 서울』, 『나 사는 곳』과 거의 동시에 기획 출간했다. 이념과 서정의 갈림길에 서 있던 해방기 시인에게 각기 성격이 다른 세 시집의 동시 출현은 일견 모순된 현상으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반면에 세 시집을 혁명의 문학적 실천이라는 공통 기획 아래 유기적으로 연결해 읽을 여지는 충분하다. 세 시집의 동시 출간은 서정과 이념, 농촌과 도시, 옛 고향과 새 고향, 목적 없는 탕아와 목적을 획득한 혁명 시인의 이원화된 세계를 통과해 변증법적으로 진화해간 혁명의 논리를 대변해 주기 때문이다. 오장환이 예세닌을 읽고 애송하던 시점과 그를 번역하는 시점 사이에는 큰 거리가 놓여 있다. 해방이라는 역사적 상황과 정치적 이념, 시민으로서 시인의 임무에 대한 자각은 예세닌 독법에도 지각변동을 일으켰고, 그 결과가 『예세닌시집』이다. 그런 뜻에서 『예세닌시집』은 단순한 번역시집이 아니라, ‘어제’와 다른 ‘오늘’의 의미를 역설하는 선언적 기록인 동시에 전향의 증거물이기도 하다. 『예세닌시집』 이전에 소개된 예세닌 번역시 세 편을 살펴봄으로써 오장환 번역의 변별성을 파악하고, 예세닌 원시 및 일본어 저본과의 대조를 통해 번역자 오장환의 뚜렷한 편집 의도를 읽어내는 데 중점을 둔 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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