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19세기 후반 이래 근대화와 제국주의화가 동시적으로 진행된 일본사의 전개과정을 고려할 때, 당시 일본인 역사학자들의 연구는 주변으로의 침략을 정당화하는 측면과 더불어 근대 역사학으로서의 속성을 함께 지니고 있다. 일본의 근대 역사학의 성립과 전개는 ‘동양’의 형성 과정이었다고도 이야기된다. 그렇다면 당시 한국사를 비롯한 동아시아의 역사에 대한 일본인 역사가들의 연구는 근대 역사학으로서의 성격, 즉 ‘동양’의 형성 과정 속에 위치짓고, 그 의미를 고찰할 필요가 있다.<BR> 한편 피상적으로 볼 때 고려시대에는 대륙에서 연이어 등장한 북방민족의 거듭된 침략과 묘청의 난·무신정변 등으로 대변되는 눈에 띄는 사건들이 있었기 때문에 당시 일본인 연구자들에게 한국사의 대내외적 혼란을 보여줄 수 있는 시기였다. 그런데 과거 일본인 연구자들의 고려시대에 대한 연구와 서술을 보면 흥미로운 점이 눈에 띈다. 바로 몽골의 고려침략과 元의 간섭 및 여몽연합군의 일본 정벌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며, 특히 蒙古襲來를 전후한 시기 고려의 대외관계에 집중한다는 점이다.<BR> 이는 고려시대를 대외관계를 중심으로 파악한다는 점에서 일차적으로 한국사에 대한 ‘타율성론’에 입각한 것이라 하겠다. 하지만 ‘蒙古襲來’는 일본사와 직결된 것으로, 刀伊의 入寇와 더불어 제 2차 세계 대전 이전 일본이 외국으로부터 침략을 받은 유이한 사건이자, 당시 세계 최강국이었던 元이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돌아갔다는 점에서 일본사의 위상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사건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 사건은 元, 고려, 南宋, 일본 등 당시 여러 국가들이 관련된 말 그대로 동아시아적 사건이었다.<BR> 이 논문은 이러한 의미가 있는 몽고습래를 고려의 대외관계를 통해 접근했던 과거 일본인 역사가들의 연구를 이른바 ‘동양’의 형성이라는 측면에서 고찰한 것이다. 당시 일본인 역사가들은 고려에서 元의 종주권 확립이 元이 대일정책을 본격화할 수 있는 선결과제로 파악했다. 즉 대륙(원)과 일본의 관계를 파악하기 위한 전제로서 고려의 대외관계를 바라본 것이다. 또한 蒙古襲來를 이해하기 위한 전제로서 元의 南宋경략은 물론 이들과 고려 및 일본과의 관계까지도 시야에 담으며 일본의 존재를 당시 동아시아 정국의 중요한 변수로 위치지었다. 이러한 시각에서 당시 연구자들은 13세기 중반으로부터 거슬러 올라가 고려 건국 이래 고려와 송·일본이라는 동아시아 3국의 관계와 교통에 대한 고찰로 그 시야를 확대했으며, 이를 통해 일본이 대륙과 끊임없이 관계를 맺어 왔다는 것을 이야기하였다. 즉 蒙古襲來라는 사건을 고려의 대외관계를 중심으로 고찰해 나아갔던 과거 일본인 역사학자들의 연구는 이 사건을 동아시아적 사건으로 바라보며 대륙과 일본을 연결시켰음은 물론 대륙의 역사적 전개에 주요한 변수로서 일본을 위치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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