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본 논문은 불교 우화 <기로국>이 고대에서 현대까지 일본과 한국에서 전승되는 과정을 비교·분석하여 전근대 한국의 노인차별주의의 양상을 밝히고자 한다. 조선시대에 유교는 지배적 이데올로기였기 때문에 효는 신성불가침의 가치였다. 효의 보편적인 영향 때문에 부모를 해치는 행위는 상상조차 불가능했다. 다만 폭력까지 일으킬 수 있는 세대 간의 갈등은 인간사회의 보편적 현상으로서 고려나 조선시대에도 존재했지만 (《고려사》나 《실록》에서 수많은 부모 살해 사건이 기록되어 있다),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감정이 기록으로 남은 사례는 없었다. 한국의 경우와 반대로, 일본에서는 이런 감정을 조금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었다. 노화된 신체가 부정(不淨)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노인은 사회에서 배제되었다. 이들은 특히 의례공간에 진입할 수 없었고, 심지어 노년출가를 통하여 가족과 분리되었다. 다만 중세 일본에 노년에 대한 태도는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숭배와 혐오 사이의 “애매한 영역”을 차지하였다. 일본의 기로국 우화에서는 아들이 어머니를 버린 다음에 후회를 하고 다시 찾거나 아니면 천벌을 받는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나라야마 부시코”란 소설과 영화에서 기로국 이야기가 되살아 나면서 이런 종교적 성격의 응징은 사라진다. 소설가나 감독이 상상한 고대 사회는 야만적이고 무자비하다. 그래서 이들은 70세 되면 무조건 산에서 버려야 된다고 줄거리를 새로만 들었다. 어떤 이유 때문에 이렇게 잔인하게 묘사되는지 그 이유는 불분명하지만, 이런 혁신 덕분에 기로국 이야기의 폭력적인 기원이 다시 부각되며 노인 독자의 입장에서 이 이야기를 새롭게 볼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일본 사회의 연령주의를 분석한 결과를 한국 사회에 적용하면 노인차별의 양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관점을 얻을 수 있다. 우선 중세 일본과 마찬가지로 고려시대에도 병든 사람이나 노인을 격리하는 관습이 확인되며, 이것은 노인차별의 결과로 재해석할 수 있다. 둘째로, 일본의 오바스테 서술에서 특히 노년여성은 혐오와 배제의 대상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조선시대 여성―특히 미망인의 경우―의 사회적 배제 또는 자살 권유도 노년차별 통해 해명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20세기에 전승된 고려장 민담을 분석하여 노년 서술자가 버려지는 두려움을 “생매”(生埋)로 표현하는 것을 여기서 처음 확인하였다. 20세기 초반에 “고려장”을 “생매”라고 생각했던 것은 조선 시대부터 시작된 고려시대 장례식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서 비롯됐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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