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최근의 인문학에서 ‘인간’은 극복의 대상으로 논의되고 있다. 미셸 푸코의 주장을 인용하자면 이러한 상황은 ‘인간학’의 해체로 요약할 수 있다. 인류세, 포스트휴먼, 트랜스휴먼, 인지과학, 그리고 ‘동물-타자’에 대한 데리다의 철학, 들뢰즈의 ‘동물-되기’, 도나 해러웨이의 ‘사이보그’, 아감벤의 서구 철학사에 대한 탈구축 등 최근 인문학과 문학 연구에서 중요한 논점으로 인용되는 일체의 담론들이 모두 근대적인 ‘인간’ 개념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근대적 휴머니즘을 떠받치고 있는 ‘인간’ 개념은 타자, 또는 동물에 대한 부당한 존재론적 차이에 기초하고 있다. 따라서 이 글에서 지적하려 하는 ‘인간-이후’의 문학이란 휴머니즘 이후의 문학이며, 나아가 ‘인간’을 옹호하기 위해 문학이 배제해온 것들의 존재론적 의미를 적극적으로 사유하는 문학적 경향이다.BR 이러한 경향성의 일종으로 최근 소설에서는 SF 문학, 사이보그, 젠더 등이 주요한 관심사가 되고 있다. 반면 시에서는 ‘동물’이 중요한 논점이 되고 있다. 이 글이 최근 출간된 김혜순의 시집들에 주목하는 이유도 그것들이 집중적으로 ‘동물’에 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이 주목하는 시집은 『피어라 돼지』(2016)와 『날개 환상통』(2019)이다. 『피어라 돼지』는 화자의 목소리가 ‘돼지-인간’의 것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그것은 ‘인간’의 것도 아니고 ‘돼지’의 것도 아닌, ‘인간’과 ‘동물’의 합성체, 혹은 종-횡단적 방식으로 블록(block)을 형성한 낯선 존재의 목소리라는 점에서 ‘동물’을 소재로 삼는 ‘동물시’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또한 『날개 환상통』에서 시인은 타자의 목소리를 통해서 존재가 드러나는 창작 경험을 ‘새’를 통해 탄생하는 ‘인간’의 모습과 나란히 놓음으로써 새로운 존재론을 보여준다. 다만 『피어라 돼지』에서의 ‘돼지’와 달리 이 시집에서 ‘새’는 구체적 대상이라기보다는 ‘타자’의 형상으로 제시되며, 따라서 기표 또는 기의로 다양하게 변주되는 양상을 보인다. 김혜순의 최근 시집들은 이러한 경향을 통해 타자에 관한 존재론적 논의를 제시하고 있지만, 그가 앞세우고 있는 ‘동물’의 형상은 포스트-휴먼, 즉 ‘인간-이후’ 시의 가능성이라는 맥락에서도 상당히 중요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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