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한국전후문제시집』 (1961)은 해방 이후에서부터 1960년대 초반에 이르는 전후 한국 시단에서 전통 서정시 계열의 시인과 모더니즘 계열 시인 등을 포함한 비교적 넓은 시적 경향을 집약해 놓은 ‘앤솔로지’이다. 『한국전후문제시집』에서 문제 작가 30여 명 가운데 한 사람으로 선별된 신동집은 전후에 등단한 신진시인이자, 존재론적 탐구를 실천했던 작가로 검토된다. 기존 연구는 신동집의 시적 주체에게 존재론적 위기를 야기하는 원인이 전쟁 체험에 의한 불안과 죽음의식에 있는 것으로 추정한 뒤, 극복 양상을 검토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전개되어 신동집의 존재론적 탐구 과정을 단선적으로 해명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이에 이 논문은 신동집의 존재론적 탐구를 단순히 ‘자기의식’을 갱신해나가는 ‘나’의 문제로 한정짓지 않고, 연구의 시각을 초기 시에서 끊임없이 호명되는 ‘너’라는 시적 대상과 시적 주체와의 관계성을 탐구하는 것으로 확장해 신동집의 초기시를 재독(再讀)하고자 한다. 전후 문학장에서 존재론적 탐구를 수행했던 신동집의 시적 고유성을 도출해내기 위해 이 글은 『한국전후문제시집』에 수록된 작품들을 중심으로 같은 시기에 발표한 시집(『抒情의 流刑』 (1954), 『第二의 序詩』 (1958), 『矛盾의 물』 (1963)) 전반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시적 주체가 타자와의 만남을 지향하는 과정 자체가 어떤 시적 경로를 통해 이루어지는 지 면밀하게 살핌으로써, 이 글은 첫째, 신동집의 시적 주체의 존재론적 탐구가 ‘나와 너’의 관계성을 ‘사유’하는 가운데 실천되고 있음을 밝히고자 한다. 둘째, ‘너’라는 대상을 향해 의지적인 만남을 호소하는 시적 주체의 태도가 시론과 상호작용하며 형성되고 변모해나간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한다. 신동집이 자기와 세계에 대해 끊임없이 던진 물음들을 통해 그려놓은 궤적을 입체적으로 조망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 글은 공시적으로 유치환, 김춘수 등과 같은 시인들이 전후시기 문학장 내부에서 수행했던 존재론적 탐구 양상을 두텁게 드러내 보이고, 통시적으로 허만하, 오규원 시인 등이 실천했던 존재론적 탐구 양상과의 ‘차이’를 조명하기 위한 후속 연구의 토대를 마련하고자 하는 성격을 갖고 있다. 전후 시기의 존재론적 탐구에 대해 넓은 전망을 획득했을 때, 비로소 전후의 문학적 공간에서 스스로의 존재 양식을 모색해 나가며 시적 세계를 구성하는 당대의 ‘공동적’이면서도 ‘불균질’한 시적 주체들의 움직임을 감지해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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