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소설가 금희는 중국 조선족 문학계와 한국 문학계에서 동시에 주목받는 작가이다. 그는 조선족 거주지역인 길림성 장춘 구태시에서 나고 자랐으며, 한때는 한국에서 하위계층 노동자로 생활하기도 했다. 금희는 1990년대 이후 동아시아의 세계체제 변화에 따라, 중국 조선족의 삶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양상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금희의 소설에는 조선족으로서의 삶을 긍정하는 태도가 드러나고(「세상에 없는 나의 집」), 북한 이탈 주민을 약소자로서 형상화해내는 뛰어난 윤리적 감각을 보여주기도 한다(「옥화」). 개혁 개방 이후 중국 조선족 여성들이 농촌을 떠나 도시로 이주하면서 겪는 윤리적 갈등과 자기 욕망의 발견을 핍진하게 그려냈다(『천진 시절』). 중국 조선족 문학은 중국의 소수민족 문학이면서, 한국에서는 동일한 언어를 쓰는 재외한인문학으로 포용된다. 금희는 스스로를 ‘조선어로 작품을 쓰는 마지막 세대의 작가’라고 했다. 금희는 소설을 통해 농촌에서 도시로 옮겨온 이주민으로서, 가부장적 질서와 갈등하는 여성으로서, 세계체제의 하위주체로서 자기 정체성을 발견해나가는 과정을 형상화냈다. 금희 소설에 표현된 약소자로서의 정체성은 세계체제와 긴장하는 정치성을 띠고 있다. 금희의 소설은 디아스포라 문학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제기한다. 디아스포라 문학 연구자는 자기가 속한 세계를 중심에 놓는 관점에서 벗어나 디아스포라적 주체의 시선으로 세계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금희의 소설은 중국 조선족의 자기 정체성의 발견을 제시함으로써, 전지구적 근대체제의 작동양상과 연관해 디아스포라 연구를 할 필요가 있음을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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