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이 글은 신경림의 전기시에서 보여주었던 집단적 주체와 타자로서의 폭압적 세계의 대립적 관계에서 벗어나, 새롭게 등장하는 개별적 주체인 ‘나’와 타자로서의 ‘작은 이웃’의 관계를 살펴봄으로써 주체와 타자의 변모에 따른 후기시의 특성을 밝히고자 하였다.BR 신경림 시는 후기에 접어들면서 민중이 아닌 개인으로서의 윤리적 주체가 조금씩 전면에 등장하는 변화를 보여주는데, 이 주체는 자기성찰 과정을 거치는 동안 가난하고 힘없는 ‘작은 이웃’들과 그들의 현실적 삶을 재발견하게 된다. 이후 윤리적 주체 ‘나’는 절대빈곤에 처해 있는 ‘작은 이웃’의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품어낸다. 그리고 가난 속에서도 나눔을 실천하는 ‘작은 이웃’들을 지켜보면서 세계에 대한 저항의식이 ‘작은 이웃’에 대한 연민의식으로 변모되는 양상을 드러낸다. 이 변화는 사회적 약자인 ‘작은 이웃’이 곧 민중을 이루는 구성원이라는 주체의 깨달음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깨달음으로 인해 윤리적 주체는 타자로서의 ‘작은 이웃’과 하나의 통합체가 되어 ‘우리’를 이루어나가는데, 이것이야 말로 신경림의 후기시가 지향하는 바이자 신경림이 궁극적으로 건설하고자 하는 공동체세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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