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이 논문은 김춘수의 무의미시론 등장하는 ‘허무’라는 용어의 의미 탐색을 경유하여 무의미시의 궁극적인 지향을 밝히는 것이 목적이다. 무의미시에 관한 김춘수의 설명에 자주 등장하는‘허무’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서구 철학의 재현적 사유가 가정하는 세계의 원인이자 본질(존재, 이데아)이 붕괴된 후 발생하는 절망이 허무의 첫 번째 의미라면, 이와 같은 재현적 사유를 빠져나가는 흐름, 우리의 존재 양태 그 자체인 생성, 감각, 즉, 정동이 그가 말하는 허무의 두 번째 의미이다. 서구철학의 재현적 사유는 ‘사유의 이미지’를 중심으로 실재의 모든 차이, 감각, 정동을 환원하고 이를 하나의 실체로 고착함으로써 공통세계와 공통감각, 그리고 소통의 가능성을 구축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가정이 붕괴되면 일차적으로는 절망에 빠지게 되지만, 같은 이유로 재현적 사유로는 포착할 수 없는 정동이 드러난다. 김춘수는 이미지를 “대상에 대한 통일된 전망”을 부여하는 재현적 사유의 기제로 보았기 때문에 이미지에서 관념과 대상을 제거하고 했으며, 이는 궁극적으로 재현적 사유가 놓친 정동, 차이, 감각을 포착하기 위한 것이다. 자유연상과 논리의 대결은 이를 구현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논리와 자유연상의 길항은 “대상에 대한 통일된 전망”, 즉 ‘사유의 이미지’을 분쇄하는 과정이며 ‘사유의 이미지’에 포박되어 있던 생성-정동을 해방시키는 일이 된다. 허무에 대한 김춘수의 설명에서 자주 사용되는 “소용돌이” 이미지는 바로 이러한 생성-정동에 대한 시각적인 표현이다. 그런 점에서 무의미시는 관념, 역사, 현실로부터의 도피나 미학적 순수로의 침잠이라기 보다는 재현적 사유에 사로잡힌 인간의 의식과 감각, 정동을 자유롭게 만들기 위한 보다 근원적인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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