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이 논문에서는 시를 연구하기 위한 단위로 주체와 상황을 제안하고, 그것의 의의를 살피고자 했다. 주체는 시의 언어가 만들어내는 수행적 효과로 출현하며, 실체가 아니라 ‘말하는 것으로 가정’된 지점이다. 시의 목소리는 그 시의 발화를 하는 실체에 종속되는 것(자아, 화자)이 아니라, 그 발화의 효과로서 사후적으로 구성되는 것(주체)이다. 시가 가진 여러 측면을 다층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화자가 아니라 주체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BR> 시에서 대상이란 세계의 이미지들로서, 주체에 의해 포착되고 수집되고 배열된다. 자아 중심의 시학에서 시적 대상이 관념의 재료에 지나지 않는다면, 주체 중심의 시학에서 대상은 세계의 표현이자 세계의 구성물이다. 주체는 시적 대상의 일부로서, 대상들의 위계와 배치를 조망하는 조망점으로 기능한다.<BR> 주체와 대상의 연계는 시에서 상황을 발생시킨다. 주체와 대상이 엮여서 현시하는 구체적인 장소와 시간을 상황이라고 부를 수 있다. 상황은 주체, 대상,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로 이루어진다. 시는 상황 속에서만 주체를 출현시키며, 상황 속에서만 발언한다. 시가 구현하는 세계가 곧 상황이므로, 상황은 시적 언술의 단위가 된다. 주체가 달라지거나 대상이 교체되면 둘의 관계를 통해서 구성되는 상황이 달라지므로, 상황의 변화를 추적하는 일은 시에서의 의미론적 국면을 추적하는 일이 된다. 상황은 시가 구현하는 세계이며, 복수의 상황이 접속하는 양상이 비유이고, 이렇게 비유의 단위로 포섭된 상황이 이미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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