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이 논문에서는 그 동안 석굴암 본존불상의 양식을 계승하는 신라하대의 대표적인 불상 중에 하나로 인식되었던 합천 청량사 석조불좌상의 불신, 광배, 대좌의 양식특징을 세밀하게 살펴 일반적인 촉지인 불상들과는 차별된다는 점을 밝히고, 나아가 같은 유형으로 분류되는 창원 용화전 석조불좌상, 양산 용화사 석조불좌상, 산청 사월리 석조불좌상이 거의 같은 시기에 서로 인접한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조성된 배경에 대해서 논의하였다.BR 청량사 석조불좌상은 신라하대의 촉지인 불상 중에서도 유난히 둔중해 보일 정도로 살집이 풍만해서 괴량감을 주는데, 이러한 양식특징은 경주 남산 약수계 석조불좌상이나 청와대 석조불좌상과 같은 통일신라시대의 전통적인 불상양식을 바탕으로 하는 한편 새롭게 전래된 盛唐이후의 불상양식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그리고 광배에 산화천인상과 공양천인상이, 대좌에는 공양보살상과 무장형 신장상이 표현된다. 이런 광배와 대좌의 도상요소들이 주존인 촉지인 불상과 조합되어 도상체계를 이루는 것은 같은 시기 여타의 촉지인 불상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런데 신라하대 경남지역에서 조성된 일군의 불상들은 청량사 석조불좌상을 모본으로 제작되었다고 추정되는데, 그 이유는 당시 경남지역에 지역적인 불교문화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라고 추정된다.BR 청량사의 명칭은 『화엄경』에 나오는 문수보살의 상주처에서 유래되었으며, 唐代에 융성했던 오대산신앙이 신라로 전해지면서 생긴 것이다. 또 청량사가 소재하는 가야산은 석가모니가 성도했던 인도 보드가야에서 유래되었다. 따라서 청량사는 석가모니가 정각을 이룬 장소이므로 그러한 역사적인 상징성을 갖고 있는 촉지인 불상을 봉안함으로써 眞身을 구현한 사찰임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사찰명이나 소재지를 통해서 드러나는 역사성이나 석조불좌상의 도상으로 구현된 상징성에 비추어 본다면, 청량사 석조불좌상은 불교도들에게 가장 숭고한 존재로써 무한한 신앙심을 불러일으켰을 것으로 짐작된다.BR 더구나 청량사는 唐代에 성역화되었던 오대산을 실제로 방문하는 등 새로운 불교문화를 형성하는데 앞장섰던 최치원과 매우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청량사 석조불좌상의 유형으로 분류되는 일군의 불상들이 모두 최치원의 행적이 전하는 곳에서 조성되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청량사 석조불좌상은 최고의 지식인으로써 오래토록 존경과 신망을 받았던 최치원이 신봉하던 불상이라는 이유로 당시 이 지역에서 새로운 불상을 조성하고자 할 때 전형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BR 한편 신라하대 경남지역은 김인광, 김율희 등 불교를 후원했던 호족들이 정치세력으로 성장하면서 봉림산문을 개창한 심희를 비롯한 승려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경제적으로 뒷받침하는 등 새로운 불교문화가 형성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었다. 특히 호족으로 당시 이 지역을 지배했던 김인광이나 봉림산문을 조영하면서 지역 불교계의 주도했던 심희는 금관가야의 후손으로 추정되고 있어서 주목된다. 당시 금관가야의 후손들은 자신들의 거점인 경남지역 일대에서 세력을 형성하고 스스로를 新金氏라고 칭하면서 왕경의 중앙귀족 못지않게 번성하였다. 이러한 사실을 볼 때 신라하대 경남지역에서는 舊금관가야권이라 할 수 있는 문화권역이 형성되어 있었고, 김인광이나 심희 등은 그런 연대감 속에서 신라하대 경남지역에서 왕경지역과는 차별되는 나름의 불교문화를 형성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최치원도 심희와 교류하면서 당시 지방 나름의 불교문화가 형성되는데 기여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배경 하에서 청량사 석조불좌상을 모본으로 하는 경남지역 나름의 불상양식이 형성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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