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이 연구는 탈가정 청소년이 ‘팸’에서 경험하고 수행하는 돌봄, 친밀성의 양상을 살핌으로써 ‘팸’의 의미를 되짚는다. 이를 위해 2017년 8월부터 광주 지역을 중심으로 탈가정 청소년의 거주지를 방문하는 등 참여관찰을 시작으로, ‘탈가정’ 이후 또래 커뮤니티에서 생활하거나 생활한 경험이 1년 이상 있는 청소년 10명과 심층면접을 진행했다. 기본적으로 ‘팸’은 이들에게 원가족 또는 혈연가족의 대체재 성격을 갖기도 하지만, ‘팸’과 같은 집단 안에서 가족의 부재를 보상할 만큼의 안정적인 양육이나 돌봄의 관계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들에게 ‘함께 산다’는 의미에서 가족의 역할은 맥락에 따라 다르게 구성되고 협상될 수밖에 없다. 특히 관계 맺음의 방식에 따라, 생존을 위한 수단에 따라 이들의 돌봄 관계 및 가족 실천은 다양한 양상을 띤다. 이는 또래 간 상호 ‘의존’상태의 부정적 이해를 넘어서 실천적인 맥락에서 돌봄과 친밀성의 재구성 과정을 드러낸다. 팸 ‘안’에서의 삶은 집단적이지만, 삶의 방식은 주로 이동적이고 일시적으로 맺어지는 팸 관계의 특성상, 각종 문제와 위기의 해결 과정에서 개인이 최종 책임을 져야 한다. 따라서 장기화된 팸 생활에서 개인적 안전망으로서 지역 내 또래 관계가 중요하게 유지된다. ‘팸’이라는 명명과 더불어 내부의 관계에서 ‘엄마’, ‘아빠’와 같은 호칭을 사용하는 것은 유사 가족의 의미화와 연결된다. ‘엄마’와 같은 존재가 분명 거의 모든 팸에 있다는 점에서 돌봄의 불가결함을 가시화한다. 그러나 ‘비표준적인’ 친밀성은 장기적 관계나 시간성을 공유하지 않으며, 개인의 공유 자원(정서적·경제적)에 따라 교환된다. 돌봄의 의무가 실현될 수 없는 환경, 공유할 자원이 부족한 경우 서로에 대한 막연한 ‘신뢰’는 보호를 빌미로 한 또 다른 폭력이 되기도 한다. 또한 이 물질적이고 직접적인 감정의 교환과정에서 등급화되고 가부장적인 성별 억압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탈가정 청소년들의 ‘팸’을 둘러싼 돌봄과 친밀성의 경험은 낭만적 사랑 관계로 이해될 수 없으며, 현대 정상 가족 모델이 지향하는 자유롭고 평등한 관계 맺음의 환상을 폭로하고, 나아가 기존의 ‘가족’ 담론과 성인 중심의 돌봄 지원 체계의 공백을 드러낸다.

Full Text
Published version (Free)

Talk to us

Join us for a 30 min session where you can share your feedback and ask us any queries you have

Schedule a c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