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철학자 데이비드 흄(David Hume)은 인과관계 자체가 사물의 실제 질서에 관한 판단이 아니라 마음의 임의적인 활동이므로, 우주를 전체로 파악하고 그 궁극적 원인을 밝히는 우주론적 증명은 이성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흄의 입장에서 우주론적 증명은 경험적 관찰로 도출하는 것이 불가능한 우주의 질서와 원인을 암묵적으로 전제하고 이를 경험적 관찰과 연결하는 순환론에 불과하다.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는 개념과 존재를 절대적으로 구분하는 자신의 철학 체계를 바탕으로, 우주론적 신존재 증명이 전제하고 있는 신의 관념은 인간의 이성이 판단할 수 있는 실재가 아니라 순수이성의 이상(ideal)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이러한 우주론적 신존재 증명의 일반적 형태에 대한 비판을 바탕으로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의 우주론적 신존재 증명을 분석해 보았을 때, 아퀴나스의 증명은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과 기독교적인 창조교리를 바탕으로 한 자체필연유(ens necessarium per se)를 전제로 가지는 순환논증의 형태를 띠고 있음이 드러난다. 따라서, 흄과 칸트의 비판은 아퀴나스에게 유효하다. 그러나, 기독교적 창조교리를 바탕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을 창조적으로 전유한 아퀴나스의 우주론적 신존재 증명 방식은 13세기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의 수용과정에서 이성과 종교적 고백 사이의 이분법을 극복하고 둘 사이의 생산적인 대화를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종교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 따라서 아퀴나스의 우주론적 신존재 증명에서 드러난 순환은 악순환이 아니라 신앙과 이성 사이의 생산적인 대화를 일으킨 선순환이라고 볼 수 있으며, 이러한 점에서 아퀴나스가 아리스토텔레스를 창조적으로 전유한 방식은 오늘날 종교 언어가 지향해야 할 형태의 사유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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