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오늘날 우리 한국사회는 계층과 이해집단 사이의 분쟁과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종교는 비인간적이며 비사회적인 근본주의 신념은 물론 타종교를 스스럼없이 악으로 규정하며 스스로의 정체성에 모순되는 고립과 배제의 교리를 더욱 확산하면서, 사회적 분열과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본 연구는 이러한 종교적 갈등현상 속에서 종교간 이해와 소통을 위한 원리의 해석학적 담론을 제시하고 있다. 본 연구는 원효의 화쟁 철학을 방법론으로 활용하여 기독교, 불교, 동학 기도문의 서지학적 분석을 통한 대화와 소통의 해석학적 실험이다. 화쟁철학은 당시 동아시아와 신라시대에 백가쟁명처럼 난무하던 수많은 불교학설들을 중재하고 조정하였던 화회회통의 철학사상이었다. 원효는 화쟁철학과 자유로운 실천을 통해 갈등과 대립을 거침없이 풀어나가며, 특히 언어와 개념의 환상에서 벗어나 한 마음으로 돌아가게 한다. 이에 각 기도문이 고유성이 훼손되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보편에 함몰되지 않는 화쟁을 통해 구체적인 대화와 소통의 마당을 열어간다. 그 틀 속에서, 연구자는 주기도문이 초월과 내재의 통합적 신앙을 주문하고 있는 지혜 기도문으로, 신에 대한 헌신과 자기초월을 통하여 신의 침묵과 같은 고통 가득한 삶의 현장에서 오히려 자아적 관심을 넘어 책임적 존재로 삶의 현장에 뛰어 들어 갈 것을 촉구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그리고 공(空)과 연기(緣起)로 요약할 수 있는 반야심경은 철저한 부정개념들을 사용하여 역설적으로 동체대비(同體大悲)의 자비심으로 나아가라는 보살도(菩薩道)의 실천 명령으로 이해하고 있다. 또한 연구자는 동학 “21자 주문”이 도교적(道敎的) 세계관보다는 오히려 초월과 내재를 아우르며 사회변혁 및 인간개조를 동시에 지향하는 한국인들의 전통적인 선적(仙的) 심성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음을 주장한다. 특히 “시천주 조화정”(侍天主 造化定)은 동학의 신관과 인간관이, 결국 역설적 반대일치의 논리구조를 바탕으로, 인간이 몸으로서의 존재가 비록 신은 아니지만, 동시에 몸의 현존 자체가 신으로부터 분리 존재하는 것도 아니라는 포월적 (包越的) 신관을 내포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특정한 문화적 역사적 상황 속에서 특정한 문화적 역사적 질문에 대한 반응과 해결책으로 주어진 각 기도문을 타인과의 대화를 위한 보편성의 마당으로 초청하기에는 다소간의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연구자는 원효의 화쟁이 강조하는 초월적 언어관을 통하여, 종교의 교리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표현 속에 내포하고 있는 반대일치를 깨달음으로서, 유한과 무한, 긍정과 부정, 창조와 무위이화, 주체와 객체, 초월과 내재, 성과 속, 신성과 인간성 등이 결코 서로 대립되거나 모순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과, 진정한 신앙적 체험이 사회적 소통과 화해의 촉매제가 될 수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이를 통하여 연구자는 대화 주체들에게 상대의 진리체험을 있는 그대로 겸허하게 경청하고 서로를 보완적으로 보며, 특히 지구촌의 고통과 죄를 극복하고 갈등해소를 통해 공동행복을 추구하려는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연대와 협동, 그리고 진리의 무궁함과 신비로움에 끊임없이 귀를 기울이려는 빈 마음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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