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이연주는 매우 독특한 이력을 보이는 시인이다.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첫해에 이례적으로 곧바로 시집을 출간한 시인은 그 이듬해에 또 한 권의 시집 분량에 해당하는 원고를 마치 유서처럼 남기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이렇게 정열적으로 분출된 시적 에너지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마찬가지로 정열적으로 마감된 그녀의 생은, 그리고 죽음은 또한 어떤 함의를 갖는 것일까? 그리고 이 셋, 즉 그녀의 시와 삶과 죽음은 어떤 방식으로 얽혀있으며, 이는 또 어떤 호소로 우리의 내면에 파문을 일으키는 것일까?BR 본고는 이와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마련해가는 과정의 하나로, 그녀의 작품 속에 투영된 시인의 내면세계를 살피고, 그녀가 죽음의 형식으로 완성하고자 한 텍스트가 어떤 (무)의식을 함축하고 있는가를 고찰해 보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이연주 시인의 시와 삶과 죽음에 내장된 의미와 의의의 일면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BR 시인과 작품을 연결 짓는 이러한 시도는 언뜻 고루한 비평적 관행을 답습하고 있는 듯 보인다. 시는 무엇보다 언어로 가공된 미학적 텍스트다. 그렇다면 그 언어에, 그것이 가공해내는 미학의 숨은 원리에 세심하게 마음을 쏟는 일이 텍스트를 대하는 자의 우선적인 임무임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어떤 텍스트는 저자의 죽음을 거부한다. 기능공의 도면이기 앞서 실존의 지도에 가까운 시들이 있는데, 이연주의 시들이 바로 그러하다. 또한 이 지도에 그 실존에 드리워진 사회적 상징체계의 그늘이 투영되어 있음을 살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고는 이연주의 시와 실존 및 그것들이 자신들의 지평으로 삼을 수밖에 없는 사회적 삶의 제반 양상들을 두루 살피고자 한다.BR 그 과정에서 이연주의 시가 현실의 부정성에 사랑의 원리로 맞서고 있다는 것, 그것이 좌절될 때 자신의 시와 삶을 송두리째 번제로 바친다는 것이 드러날 것이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그 일련의 행위가 지니는 의의, 즉 비본래적 실존을 사는 우리의 은폐된 외상적 실재를 들추어내고, 그렇게 함으로써 새로운 주체 구성의 계기를 마련해내는 사라지는 매개자의 기능을 담당한다는 것 역시 밝혀질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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