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본고는 김영하의 소설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주인공들의 성장소설, 혹은 교양소설이라는 전제 하에, 우에노 치즈코가 정리한 ‘호모소셜’ 개념으로 읽어보고자 했다. 이 소설의 두 남성 주인공들은 가족이나 학교가 아닌 남성들의 연대 속에서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또한 받으며 성장한다. 이러한 성장은 이들이 결국 죽음을 맞이했다는 점에서 실패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의 죽음이 자살이라는 점에서, 즉 스스로의 죽음의 방식을 선택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들은 어느 정도 자신을 주체화했고, 따라서 그들의 성장이 완전히 실패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들의 성장은 여성을 억압하고 배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를 가진다. 즉 김영하의 󰡔너의 목소리가 들려󰡕 속 주인공들의 성장은 이제까지 남성들의 성장이 이루어지는 과정에는 그들이 대상화할 여성의 존재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 수 있다. 더 나아가 여성이 없이는 불가능한 ‘남성의 성장’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작품일 수 있다. 이러한 ‘남성들의 성장’은 이 소설이 교양소설의 일종으로 읽힐 수 있다는 점에서도 문제적이다. 이 소설은 주인공이 어린 시절에서 성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여러 경험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이나 역할을 인식하게 되는 교양소설의 흐름을 따라간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의 ‘성장’의 초점은 오직 여성들을 성적으로 학대하고 도구화하는 남성들에게 맞추어져 있다. 이에 따라 이 소설은 ‘남성들의 성장’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성장’이 오직 남성들의 전유물로 인식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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