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예수회는 창립(1540) 이후 적극적인 해외선교에 나서 짧은 기간 내에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루었다.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무엇보다 기존의 강압적, 파괴적인 선교방식(타불라 라사, tabula rasa)을 지양하고, 현지의 언어와 문화, 전통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예수회 고유의 소위 ‘적응주의(inculturación)’ 선교방식이 크게 작용했다. 때문에 예수회는 선교지역의 언어와 풍습, 종교와 문화, 정치와 경제 등 다방면에 걸친 풍부한 인류학적 자료를 수집하여 서구세계에 알렸으며, 고립적인 중세 수도회와는 달리 “개방적 성격을 띤 가톨릭교회의 근대적 버전(expresión católica de la modernidad)”으로 여겨지고 있다.BR 국내 학계에서도 적응주의는 “선교대상의 문화적 우수성을 인정”하고 “문명의 상호교섭을 일구어낸 획기적인 대화방법”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BR 본 연구는 16세기 적응주의의 이론적 틀을 정립한 것으로 평가받는 호세 데 아코스타(José de Acosta)의 연대기(crónica)를 중심으로 이 이론에 내포된 ‘원주민 관’을 분석보고자 한다. 특히 그의 대표적인 저작인 『인디아스 복음 선교론 De Procuranda Indorum Salute』(1588)과 『인디아스의 자연사와 정신사 Historia Natural y Moral de las Indias』(1590)에 나타난 ‘야만’의 개념을 살펴볼 것이다. 아코스타의 원주민 관은 궁극적으로 라틴아메리카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을 포함한 모든 비기독교인을 ‘야만인’으로 간주하고, 각각에 맞는 맞춤형 선교방식을 주창한 것이었다. 중세에서 근대로의 전환기인 당대의 시대적 맥락을 고려하더라도 아코스타 사상의 기저에는 여전히 강건한 서구중심사상은 물론, 정복과 식민화에 대한 정당화 논리가 선명하게 묻어있다. 그러나 본 연구는 예수회의 ‘적응주의’ 선교이론 전체에 대한 가치 판단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이 개념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신학과 철학적 요소는 물론 아시아와 인도, 아프리카 등 세계 각지에서 예수회가 펼쳤던 다양한 실천적 활동들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 연구는 16세기 후반 당시 라틴아메리카 원주민에 대한 예수회 신부들의 ‘현실적인’ 판단의 내용과 그 근거들을 연대기를 통해 ‘실증적’으로 살펴보는 것에 국한한다. 이 연구가 그동안 부족했던 국내 라틴아메리카 초기 선교 연구에 조금이나마 참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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