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의 목적은 국제재판소가 영토분쟁에서 설정하고 적용해 온 결정적 기일(critical date)의 개념을 증거법의 관점에서 재구성하고 그 법적 성질을 규명하는 것이다. 영토분쟁 사건들에서 결정적 기일이 증거능력 배제규칙이 아닌 증명력의 평가기준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규명함으로써 선행연구들과는 다른 관점에서 결정적 기일이 독도문제에 대해 갖는 함의를 분석하고자 한다. 영토분쟁에서는 복잡하고 다양한 역사적 사실들 중에서 어떠한 사실이 영토 권원의 증거로서 고려될 수 있는지 여부를 결정하는 시간적 경계가 중요한 쟁점이 된다. 일반적으로 국제재판에서 결정적 기일(critical date)이란 영토분쟁 사건에서 증거에 관한 시간적 경계를 결정하는 기준이며, 분쟁당사국간에 영토분쟁이 발생한 시기 또는 영토주권의 귀속이 결정화되었다고 인정되는 시기로 다루어져 왔다. 특히 국제사법재판소(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 이하 ICJ)는 다양한 유형의 영토분쟁 사건에서 결정적 기일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적용해 왔지만 각 사건에서 사용된 결정적 기일의 개념과 의미가 동일한 것은 아니었다.BR 일부 중재판정에서는 결정적 기일의 필요성이 부인되기도 하였지만, 대부분의 영토분쟁 사건에서 결정적 기일의 개념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적용되거나 참조된 바 있다. 이 논문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영토분쟁 사건에서 결정적 기일은 분쟁당사국들에 의해 빈번하게 제기된 쟁점이었지만, ICJ가 결정적 기일을 획일적인 개념으로 일관성 있게 사용했다고 볼 수 없다. ICJ는 영토분쟁의 유형과 소송물에 따라 결정적 기일의 개념을 다른 방식으로 적용하고 활용했기 때문에각 사건의 유형과 역사적 사실관계에 대한 검토 없이는 ICJ가 사용하고 있는 결정적 기일의 법적 성질과 기능을 규명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BR 이상의 문제의식에 따라 이하에서는 증거법의 관점에서 영토분쟁을 유형화하고 각 영토분쟁 사건에서 결정적 기일의 적용 사례를 분석하고자 한다. 즉 영토분쟁을 (1) 결정적 기일이 설정되지 않은 사건, (2) 영토분쟁 당사국의 독립일을 결정적 기일로 설정한 사건, (3) 영토분쟁의 결정화 시기를 결정적 기일로 설정한 사건으로 유형화하여 검토한다. 각 유형의 영토분쟁 사건에서 결정적 기일이 어떠한 근거로 설정되었거나 설정되지 않았는지를 분석하고 증거의 취급에 있어서 결정적 기일이 가진 법적 성질과 기능을 검토하였다.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결정적 기일의 법적 성질이 증거능력 배제 법칙이 아닌 증거의 증명력 평가기준이라는 점을 밝히고, 독도 문제에서 결정적 기일이 갖는 증거법적 함의를 제시하고자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