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본고에서는 우리나라의 창세신화 중 육지에서 전승되는 각편을 연구대상으로 삼아, 善과 惡의 정치학이라는 문제를 다루었다. 여기에서 정치학이란, ‘복수(複數)의 주체들이 공존하기 위한 질서의 모색에 관한 사유’라는 의미로, 신화적 주체들이 공존 또는 배제의 역학 속에서 뮈토스라는 지식체계를 통해 어떻게 선과 악의 개념을 확립하고 변모시켜나가는지에 주목하고자 한 것이다.<BR> 먼저, 창세신화에서는 석가와의 대결에서 패배한 미륵의 발화를 통해 악이 발생한 것으로 그려진다. 문화의 단계가 이행하는 과정에서 신의 교체가 이루어지고, 새로운 창조행위를 보이는 석가를 기존의 신격이 악한 것으로 규정한 것이다. 미륵과 석가의 신격 교체는 문화/자연, 질서/혼란과 같은 가치론적 위계와 결합하면서 선/악의 구분 또한 낳게 되었고, 석가에게 악의 자질이 부여되었다.<BR> 그러나 홍수설화나 <제석본풀이>와 결합한 창세신화를 살펴보면, 석가가 가진 악의 자질은 또 다른 존재에게 전가된다. <셍굿>에서는 홍수를 통해 석가라는 신격을 받아들이지 않는 ‘천년장재비’와 같은 인물을 새로운 ‘악’으로 규정하며, <셍굿>과 <삼태자풀이>, <당고마기 노래>, <당금아기 ①>에서는 <제석본풀이>의 서사를 통해 당금애기가 ‘악’으로 호명된다. 이는 신격의 교체가 일어나고, 前 신격이었던 미륵에 의해 부여받은 악을 다시 자신의 질서체제를 인정하지 못하는 세력에게 전이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배제와 포섭이라는 서로 다른 방식을 택하지만, 결국 창세신화에서는 악이 유동하는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BR> 창세신화에서 발견되는 선악의 정치학은 석가가 인세의 주신(主神)으로서 자신의 질서와 체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역동적으로 나타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석가는 단순히 악신으로 남아있지 않으며, 선악의 정치학을 활용함으로써 인간세계를 다스리는 신으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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