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남존여비의 유교이데올로기와 ‘文’의 의식이 여전히 강했던 식민지 시기 조선에서 신여성들은 극심한 편견, 비난 속에서 나혜석은 남성과 동등한 한 사람의 작가로서 혹은 화가로서 자신의 삶의 영역을 구축해갔다. 이 과정에 대한 세밀한 고찰은 한 편으로는 식민지 시기 조선 신여성의 의식의 실체와 식민지 조선이 경험한 근대의 실체를 밝혀가는 것이면서 또 한 편으로는 한 인간이 어떻게 편견과 무지에 맞서 인간의 존엄성을 확보해 가는가를 살펴보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일본 신여성 요사노 아키코(擧謝野晶子)의 파리 체험에 대한 비교 고찰은 필수적이다. 나혜석과 요사노 아키코는 제각각 조선과 일본 신여성 1세대를 대표하는 인물로서, 작가로서 다수 작품을 발표하였고 두 사람 모두 당시 신여성으로서는 드물게 파리에서 체류한 경험이 있다. 이와 같은 공통점 이외 본 연구에서 조선 신여성 나혜석의 의식을 고찰하기 위해 요사노 아키코를 비교 대상으로 설정한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가 있다. 나혜석이 자신의 글에서 논문과 시 창작에 매진했던 요사노 아키코를 자신의 롤 모델로서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 근거하여 본 연구에서는 나혜석의 『구미여행기』를 중심으로 나혜석으로 상징되는 조선 신여성의 의식의 제 특징을 고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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